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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도서실>
홍성숙

<서울매포구대흥동22의17>
햇살도 조심스레
다가와 앉는 창가에
이따금 책장이
넘어가는 그윽한 소리…
삼매가 불티처럼 앉는
안경속의 번뜩임.

<촛불>
김경

<경남고성군영현면침점리333의2>
캄캄한
어둠 속에
가만히 촛불을 켜면
내 사념의 씨앗들이
하나 하나
살아나고
내 안에
나를 태우는
스스로운 다짐이여.

<가로수>
이행자

<경남 진주시 수정동33의7>
손에 손을 마주 잡고
내일로 향한 발돋움
끝없이 뻗어나간
생명에의 의지로
서로를 닯아가려는
아,정다운 눈빛들.
언젠가 또 피워야할
무성한 꿈을 위하여
오늘도 잎이 지는
이 거리에 서서
하늘을 지키고 섰는
이정표,이정표.

<어머님전상서>
상곤

<부산시남구룡호2동523>
맨처음 깨친 정성
행여라도 잊으리까
한글로 또박또박
가르쳐 주신 글자
"어머니, 우리어머니"
몽당연필 나의 온사
이마에 뱃살 같은
꼴짝의 물무늬를
연륜은 먼 굽이 돌아
금관보다 더한 정이
새파에 찌든 옷자락
다시 뵈어 지극하고-.
함지박에 담아오신
노을만큼 익은 세월
아무도 사지 않는
살래도 살 수 없는
그 무슨 보람이시기
학같이도 웃으시나.

<아침강변>
정공량

<서울영등포구대림2동 1011의8호>
물안개 바람소리
지천으로 쌓여 눕고
마음 여는 모래톰에
일어서는 물새소리…
강변길
싱싱한 웃음
생각마다 감긴다.
햇살로 키운 영혼
술렁술렁 흘러가고
소중한 빛되어 사는
씨앗 하나 싹을 트면
한 아름
바람을 일구어
풀어보는 여울굽이.

<근황>
박필상

<부산시부산진구개폭3동371의6>
바람소리 드러눕는
저 해변의 모래톱에
발자국을 흘리듯이
묻어 온 나의 시름
파도에
씻기고 씻겨
둥글어진 이즈옴.
돌아보면 피엉울진
그 아픈 순간들이
돛을 잃고 표류하는
낮달처럼 뜨는 날은
갈매기
허공 맴돌듯
오솔길을 밞는다.

<목화>
이영신

<강원도평창군대화면대화5리>
살며시 입을 열어
볼이 터진 하얀 미소
부시는 눈을 닦고
우러러 열린 하늘
오히려 손이 떨리는
아씨 손끝 흘겨 본다.

<객수>
서영

<서울성동구왕수동246 13통1반>
잠자다 문득깨니
낮선 천장 낯선 창문
놀란가슴 달래가며
담배를 피워문다
생담배 타는 연기에
눈물이 찡 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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