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조음과 간접적 관련|바티칸 은행구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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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교황청의 재산을 관리하는 바티칸은행이 마피아조직과 관련된 금융기관과 밀접한 관계룰맺어가며 돈을 굴리다가 막대한 재산을 잃은것은 물론 교황청의 품위까지 먹칠을 하게됐다.
교황청으로선 달갑지않은 이런 불상사가 일반에게 알려지게된 것은 교황청국무상인 「카사를리」 추기경이 국제 금융 전문가 3명에게 바티칸은행의 「상태」를 「살피도록」의뢰했다고 바티칸에서 발행되는 신문인 롯세르바토레 로마노지가 지난 13일보도한데서 비롯됐다.
「종교사업기구」(IOR)라는 이름을 갖고있는 이 은행은 교황청의 각기관, 개인은 물론 전세계의 가톨릭 교단들이 개설한 1만1천개의 구좌를 통해 수십억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는 속살이 단단한 은행이다. 여지껏 일반에겐 공개된 적이 없는 이 은행의 내부실정을 외부금융 전문가에게 공개하게 했다는 것은 그만큼 교황청이 다급한 처지에 빠졌다는 얘기다.
바티칸은행이 구설수에 오르게된 것은 이탈리아의 중앙은행에서 나온 감사보고서 때문이었다. 이 보고서에서 현재 13억달러의 부채를 지고있는 밀라노의 암브라시아노은행과 바티칸은행이 「실질적인 동업자」로 지적됐던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바티칸이 암브라시아노은행에 투자한 비율은 2%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채무는 2억∼3억달러를 부담해야하는것으로 돼있다. 바티칸의 손실은 그러나 재산에 그치지 않고품위도 그에 못지않게 잃게됐다.
바티칸은행의 경영책임자인「파올·마르친쿠스」대주교가 「로베르토·칼비」란 이름의 암브로시아노은행장과 너무 밀착해 사업을 벌인것이 화근이었다. 「칼비」는 마피아와 줄을 대고있는 금융인으로 널리 알려졌을뿐 아니라 1년전 이탈리아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비밀결사 P-2회원으로 「냄새」가 많이 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칼비」는 또 지난해 외환부정사용죄로 기소돼 1심에서 4년징역과 막대한 벌금형을 선고받고 지난 5월 2심을 앞두고 영국으로 도망쳤다가 템즈강다리에서 목맨 시체로 발견됐다.
「칼비」는 해외유령회사와 거래하는 형식으로 막대한 자산을 늘려 이탈리아 최대의 은행가로 성장했다. 바티칸 은행도 이과정에서 적지않게 도움을 주며 이득을 본것으로 알려졌다.
이사건을 보도한 서독의 슈피겔지는 바티칸은행이, 이탈리아정부로부터 받는 특혜를 이용하도록 「칼비」에게 편의룰 제공했음을 지적하면서 「마르친쿠스」 대주교가 「칼비」의 부정이 널리 알려진 뒤인 지난 5월초에도 『「칼비」는 우리가 신임할만한 인물』이라고 말한 사실을 들어 그 관계가 심상치 않았음을 시사했다.
바티칸은행은 이탈리아정부와의 협정에 따라 다른 은행에 비해 엄격한 통제를 받지않고있는데 「칼비」는 이를 이용, 일이 여의치 않게되면 교황청의 공식문서용지룰 호주머니에서 꺼내 보이며 교황청의 공식사업인양 행세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바티칸은행이 「검은 돈」과 관련된 것은 이번뿐이 아니다.
몇년전 이탈리아계 미국금융인으로서 마피아조직과 관련된「미첼례·신도나」라는 인물이억대의 사기죄로 25년형을 선고받았을 때도 「마르친쿠스」주교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이사건을 조사했던 미의회의 조사위원회가 「마르친쿠스」 대주교와 「칼비」에게 「신도나」로부터 7백만달러가 횰러들어간 것으로 밝혀내 결국 교황청은 사기당한 액수중 8천만달러를 판상했다.
이렇게 체면이 손상되기는 했지만 바티칸은 책임을 피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교황청의 한성직자는 암브라시아노은행이 갚아야할 빚중 바티칸 몫인 2억5천만달러롤 「물론」내놓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본=김동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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