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일본 겨냥한 해외미군 감축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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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의 해외주둔 지상군 병력의 50%를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있는 미 하원의「퍼트리셔·슈로더」의원(민주당·콜로라도주)은 이번 주 안에 의회에 관련 결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런 주장은 과거에도 심심치 않게 가끔 재기되어 온 것인데 배경에는 주로 서구동맹국과 일본의 방위비 분담에 대한 미 의원의 불만이 깔려있는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주한미군까지를 포함시켜 미 해외 지상군의 감축문제가 거론되고있는 것은「카터」전 대통령이 당초의 주한 미지상군 철군계획을 철회한지 3년만에, 그리고「레이건」대통령이 취임직후『더 이상의 감군은 없다』고 선언한지 곡 6개월만의 일이다.
하지만 요즘 나돈 감군 주장과「카터」행정부 당시의 절군 파동과는 3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첫째, 「카터」행정부 당시엔 철군 논쟁이 행정부 자체 안에서, 정확히 말하면「카터」대통령 자신의 소신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최근의 감군 주장은 행정부에서가 아니라 미의회 및 군사문체연구소 같은데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카터」는 대통령선거 공약중의 하나로 주한 미 지상군의 감축을 내세웠고 실제로 취임하자마자 자신의 공약을 실천하려 했지만「레이건」은 여전히 주한미군 감축중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새로 ,취임한「슐츠」국무장관도 상원 외교위에서의 증언에서 그러한「레이건」의 입장을 지지함으로써 적어도「레이건」행정부 안에서는 아직 그런 주장이 나오고 있지는 않다.
둘째「카터」행정부 당시의 철군문제는 한국내의 인권문제나 정치적 상황, 박동선 사건 같은 문제들이 얽히고 설 켜서 상호 연관성을 갖는 특징이 있었으나 요즘의 감군 주장은 미국자신의 국방예산절감을 위해서 그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 사실 인권외교를 간판으로 내걸었던「카터」시절엔 철군뿐만 아니라 대한군사 및 경제협력 등 미국의 많은 대한정책들이 한국내의 인권상황에 따라 희비쌍곡선을 그려 왔었다.
「레이건」은 그러한 요란한 인권외교보다는 조용히 막후협상을 통해서「인권 미달국」의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기본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셋째,「카터」의 철군정책은 주로 한국을 타기트로 삼았으나 요즘의 해외 미군 감군 주장은 유럽주둔미군이 주 대상이 되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보고서는 한국과 유럽주둔 미 지상군을「대부분」철수시키고 그 공백을 미 해군력으로 메우도록 권고하고 있다.
뉴욕타임즈지에 따르면 현재 유럽주둔 미군 33만 7천 3백명 중 22만명이 지상군이고 한국주둔 미군 3만 8천 2백명 중 2만 8천 5백 명이 지상군으로 돼있다.
유럽과 한국주둔 미 지상군을 합께 묶어서 생각할 때 한국주둔 미 지상군은 전체지상군의 11·4%에 불과하다.
그러나 유럽전체 미군 중 지상군이 차지하는 비율은 65·2%인데 비해 한국주둔 미군전체병력 중 지상군이 차지하는 비율은 74·6%가 넘는다.
바꾸어 말하면 경비절감을 위한 미지강군 절수라면 당연히 유럽주둔 미군이 주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되고 이 바람에 한국주둔 미 지상군을 대부분 철수시킨다면 현재의 주한미군병력의 4분의 3이 빠져나가야 한다는 계산도 나온다. 이 연구보고서 가철수 규모를 「대부분의 저장」으로 표현한데 비해「슈로더」하원의원의 주장은「해외주둔 미군 병력의 50%를 감축하자는 구체적인 것이다.
하원군사위원회 소속이며 공무원소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고있는 5선의 맹렬 여성의원인「슈로더」도 역시「레이건」의 지나친 국방비책정에 불만을 품고 해외주둔 미군감축 방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경제불황에 허덕이는 미국이 엄청난 재정적자를 무릅쓰고 막대한 국방비를 책정해놓은 상황인데다 서구와 일본 등 잘사는 동맹국들이 방위비에 너무 인색하고 미국에만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인바 대한 미국내의 반작용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는 GNP의 1%도 안 되는 방위비 때문에「안보무임승차」의 비난을 받아가면서도 미국에 대한 자동차·전자부품 등의 경제적 공세를 감행, 많은 미국인들의 미움을 사고있는 처지다.
주한 미 지상군의 경우는 앞서 말한 두 군사전문가가 철수시한을「한국군을 현대화시킨 후」로 권고하고 있어 시간적으로도 여유를 보인 것은 주 대상이 서구주둔 미군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있다.
하지만 이 논쟁이 당장은 한국과는 무관하게 보일지라도 한국의 입장에선 장기적인 안목에서 확고한 대비책을 세워두는게 현명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대비책 속에는 북괴의 위협을 한국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데 필요한 기간, 이에 따른 미군주둔기간의 예측과 대미 로비활동, 그리고 한반도주변의 정세 등이 골고루 참고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워싱턴=김 건 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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