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내 사업 밑천은 파란만장 이력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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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독립광고대행사 컴온을 이끄는 이승목(40.사진)사장은 대학원 졸업 후 1년여 간은 청년실업자였다. 우여곡절 끝에 중소기업에 입사했고 그 다음엔 대기업에 입성했다. 외환위기 직후 닷컴 벤처붐이 불자 닷컴벤처로 배를 갈아 탔다. 하지만 벤처열기가 식으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기도 했다. 삭발을 하고 임원회의에 들어가 구조조정을 주장하다가 엉겁결에 자회사 하나를 맡아 독립했다. 컴온은 그렇게 탄생됐다. 운이 좋았는지 실력이 좋았는지 그는 광고대행사 창업 5년 만에 올 매출액 1600억원을 바라보는 광고대행사를 운영하는 사람이 됐다. 가수 비가 출연하는 '광동 비타 500'광고와 '오뚜기 진라면'광고는 컴온의 대표적인 광고캠페인이다.

이밖에도 지금은 엡손.인터파크.벽산건설.소니 플레이스테이션 2 등 내세울 만한 고객들도 많다. 광고대행업계 25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그러나 광고대행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정말 막막했다고 했다. 제일기획에서 광고기획을 했던 전력을 밑천 삼아 닷컴사업보다는 잘 아는 광고를 하자고 마음을 먹었지만 이듬해까지도 이렇다할 돌파구가 열리지 않았다. 그러다 2002년 일본 2위의 광고대행사 하쿠호도(博報堂)가 300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성장기반이 마련됐다. 그 이후 매년 업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회사로 커 나갔다. 그는 사업의 가장 큰 밑천은 파란만장했던 자신의 '취업사(就業史)'라고 말했다.

공중파 방송 PD 가 되고 싶었지만 시험에서 탈락했고, '직장은 꿈꾼다고 다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중소기업을 거치며 그는 "여기가 정착역이 아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며 열심히 공부를 했다. 대기업으로 옮긴 뒤 큰 일을 조직적으로 해내는 경험을 했고, 직장 이름이 주는 자신감만으로도 얼마나 시야를 넓힐 수 있는지 알게 됐다. 그는 "중소기업에 머물다 창업한 게 아니라 대기업을 거쳐서 창업한 게 가장 큰 행운"이라고 했다. 대기업에 가서야 기업이 사람에게 투자하는 게 얼마나 기업을 키우는 데 큰 힘을 발휘하는지를 체득했다.

그는 "중소기업을 운영하지만 사람에게 투자하고 키우는 것은 대기업처럼 하고 싶다"며 "직원들에게도 '중소기업 직원들의 투지에다 대기업적인 큰 시야를 갖추라'고 한다"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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