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아 부모 경제적 부담에 가정갈등 심각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이른둥이(미숙아) 가정 상당수는 치료비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둥이 가정 10곳 중 6곳은 신생아집중치료실 퇴원 후에도 지속적인 치료로 가족·지인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요청하거나 적금 해지·대출을 위해 금융권을 방문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신생아학회는 17일 세계 미숙아의 날을 맞아 지난 9월 한달 동안 서울 시내 주요 대학병원에서 미숙아 부모 235명을 대상으로 이른둥이 출산 이후 가정경제 실태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이른둥이 가정 60.2%는 신생아집중치료실(NICU) 퇴원 후에도 외래 치료 등 의료비 부담을 위해 부채를 경험했다. 출생 직후 신생아집중치료실 치료에서 이미 많은 비용을 감당했던 상황에서 퇴원 후에도 경제적 부담이 이어져 가정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른둥이는 임신기간 37주 미만 또는 최종 월경일로부터 37주 미만에 태어난 아기를 뜻한다. 출생 당시 몸무게가 2.5㎏이하거나 재태기간 37주 미만 출생한 아기를 통틀어 미숙아라고 부르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미숙아 대신 이른둥이로 순화해 부르고 있다. 최근 이른둥이 출생률은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2.5㎏미만 저체중아 등 이른둥이 출생률은 20년 전보다 두배 이상 늘었으며, 1.5㎏미만 극소저체중아는 무려 5배 이상 급증했다.

NICU 퇴원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지출하는 의료비 중 가장 많이 지출하는 항목은 정기적인 외래진료(56.6%), 재입원(18.5%), 재활치료(13.7%) 순으로 나타났다. 재입원의 경우, 약 10명 중 3명(29.8%)의 이른둥이는 일주일 이상 입원했다. 한 달 이상 입원한 경우도 15%에 달했다. 특히 1500g 미만의 극소체중아의 경우 장기간 입원이 많다. 극소체중아 44.2%는 2-3개월(5~12주), 40.7%는 3-4개월을 입원했다.

이 외에도 폐렴·모세기관지염 등 하기도 감염(23.4%), 호흡곤란증후군(19.8%), 기관지폐이상형성증(11.4%) 등으로 외래진료를 받거나 재입원하기도 했다. 이른둥이들은 이와 같은 질환들을 평균 2가지 이상(2.46개)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신생아학회 남궁란 회장은 “이른둥이 대부분은 장기가 덜 성숙한 상태에서 태어나 신생아집중치료실 퇴원 후에도 정기적인 검진과 진료로 인한 병원 방문을 통해 관리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른둥이는 출생 후 2~3년 동안 적극적으로 치료·관리한다면 충분히 건강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다.

문제는 정부 지원이다. 현재 정부의 이른둥이 지원은 ‘미숙아 및 선천성 이상아 의료비 지원 사업’이 유일하다. 게다가 이마저도 전국 가구 월평균소득 150% 이하의 이른둥이 출산 가정에만 제한적으로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대한신생아학회 조사통계위원회 조사 결과, 1000g 미만의 이른둥이 1/3 이상은 이러한 지원금의 상한선을 초과해 병원비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둥이 가정은 부족한 치료비를 충당하기 위해 가족/지인에게 경제적 지원을 요청(37%)하거나, 적금 해지(34%). 금융대출(13%), 재산 처분(10%) 등을 고려했다.

경제적인 부담뿐만 아니라 사직·장기 휴가·폐업 등 사회경제활동에도 불이익을 경험한다. 이른둥이 가정 상당수가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경제적·심리적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이른둥이 부모 열명 중 여섯 명은 이른둥이 출산이후 자녀 계획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또 이혼을 고려하는 등 가족 갈등을 겪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남궁란 회장은 "이른둥이 출산이 가정경제를 위합하는 정도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른둥이가 건강한 사회생산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른둥이 가정의 지속적인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인기기사]

·“복지부에 보고되는 ‘수련현황표’ 거짓 작성 강요” [2014/11/17] 
·한림대성심병원 홍성광․이효정 교수팀,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 [2014/11/17] 
·위탁 급식업체 병원구내식당 직원 지원해도 공단 가산금 받은 이유는? [2014/11/17] 
·미숙아 부모 경제적 부담에 가정갈등 심각 [2014/11/17] 
·오명희 이화의료원 사무국장, 전국대학병원 재무부서장협의회장 취임 [2014/11/17] 

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위 기사는 중앙일보헬스미디어의 제휴기사로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중앙일보헬스미디어에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