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기업연금 전쟁 운용사들 '예행연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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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CJ자산운용 직원들은 4월부터 퇴직금을 쪼개 달마다 'CJ행복만들기40혼합1' 펀드에 차곡차곡 넣고 있다. 올 연말에 도입될 '기업연금'에 앞서 회사 직원들을 상대로 미리 연습해 경쟁력있는 상품을 만들려는 취지다.

기업연금은 직원과 회사가 매달 낸 연금보험료를 주식.채권 등에 투자해 퇴직할 때 연금 형태로 돌려주는 제도. 자산운용사들로선 내년에만 50조원에 달할 기업연금 시장 선점을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중이다.

CJ자산운용 리테일상품팀의 남흥용 차장은 "유사한 상품을 먼저 만들어 좋은 실적을 내면 시장 선점에 유리할 것"이라며 "펀드 설정액이 5억원인데 22일까지 수익률이 6%대를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운용사들도 기업연금 '도상 훈련'에 열심이다. 미래에셋그룹은 이미 2003년에 퇴직금 펀드인 '미래에셋 연금혼합 신탁 1호'를 만들었다. 미래에셋 장훈준 팀장은 "직원들 요구에 따라 1년에 한번씩 중간정산 방식으로 받던 퇴직금을 매달 펀드에 분할 납부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증권.자산운용.투신운용 등 계열사 직원 대부분이 가입했는데 설정액은 88억원 가량이다. 성과도 짭짤하다. 누적 수익률이 24%(연 환산 9.9%)이지만 회사가 납입금의 30% 가량을 지원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한 실질 수익률은 40%를 넘는다.

KB자산운용 직원들도 2003년부터 국민은행이 파는 적립식 펀드에 퇴직금을 나눠 넣고 있다. 이창현 마케팅팀장은 "국공채형.혼합형(주식+채권).주식형 등 3가지 펀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더니 채권에 십수년씩 돈을 넣는 것은 의미 없다고 판단한 펀드 매니저 직원들이 혼합형과 주식형으로 대거 돌아서더라"며 노하우를 쏠쏠하게 쌓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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