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수 정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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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네오·컨퓨션·스피리트」
구미의 학자들이 발견해 낸 아시아의 경제정신이다. 정작 아시아 사람들은 그게 무얼 뜻하는지 모른다.
근자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신유구수신」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홍콩, 자유중국,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미국과 서구에 타격을 주고있는 세계적 경기 침체 속에서도 번영을 이루고 있는 정신적 기반이라는 것이다.
개인보다는 사회 이익을 중시하는 정신이다. 서구의 개인주의 전통과는 날카롭게 대립하는 정신이다. 국가의 정치적 안정을 중시하는 노동윤리다.
그 노동윤리가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적 발전을 가져왔다.
한국에선 일과가 끝난 후『굿바이』이라는 말 대신『수고하라』라는 인사가 보편화할 정도다.
자유중국 굴지의 한 기업가는『국민들이 자원 없는 섬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기 시작한 시기에 불경기가 몰아닥침으로써 국민들에게 긴장을 풀 여유가 없다는 교훈을 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다.
강인한 극기정신과 노동윤리가 또 노사의 조화적 관계를 가져왔다. 일본의 종신고용제도와 노동자의 임금 고정 수긍도 그 결과다. 「신유수정신」을 기반으로 한 동남아 국가들의 성공의 비밀이 지금 구미학자들에 의해 파헤쳐 지고 있다. 하버드대학의「로이·호프 하인즈」2세와「캔트·캘더」가 쓴『동아시아의 우세』도 그 하나.
물론 동남아 나라들의 경제적 성공을 유교의 전통에서 찾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8월 워싱턴포스트지는『엄격한 사회적 규율, 교육열, 상위자 에 대한 존경심등 유교적 가치규범이 현대적 자본주의 윤리와 결합하여 가치를 발휘하고 있다』고 분석했었다.
그때 특히 강조됐던 것이『엘리트에 의해 조직되고 정부에 의해 훈련된 국민의 근면성』.
유교의 근본정신은 물론 그런 지섭 만은 아니다.
하지만 개인주의 윤리 전통 속에서 오늘의 경제적 성공을 거둔 서구인이 유교를 그렇게 파악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또 아주 틀릴 것도 없다.
「마르크스·베버」는 서구근대화의 정신적 조건으로 프로테스탄티즘을 들었었다. 지금 저들은 동양 근대화의 정신적 기반을 유교의 윤리관과 노동 관으로 평가하고 있다.
반드시 구미인 만도 아니다. 작년 가을 일본에선「아시아의 근대화와 유학 사상의 영향」 을 주제로 한 동북아시아 학자들의 모임도 있었다.
한땐 비림비공 의 회오리 속에 수모를 당하던 유교다. 망국의 원인이며 근대화의 적인 것처럼 괄시받던 시절도 있었다. 세월의무상, 인심의 무상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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