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옛 대우계열사 회생 덕 봤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옛 대우그룹 계열사들의 잇따른 회생으로 해외채권단도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25일 증권예탁원 등에 따르면 해외채권단은 최근 대우조선해양과 건설.인터내셔널.두산인프라코어(옛 대우종합기계) 등 4개 회사에 대한 신주인수권(워런트)을 행사해 모두 1100여억원의 평가차익을 거뒀다.

이들 회사의 주가가 워런트 발행 당시보다 최고 네 배 이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대우 계열사에 대한 워런트는 2000년 국내 채권단으로 구성된 대우 계열 구조조정추진협의회가 대우 계열사의 워크아웃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해외채권단에 준 것이다.

◆ 전 종목에서 평가차익=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워런트 행사 시한인 12일까지 모두 587만 주의 예탁주식 가운데 95.5%인 560만7000주가 행사됐다. 대우조선해양의 25일 종가는 1만9800원이지만 워런트 행사가격은 1만2200원에 불과하다. 워런트를 갖고 있던 해외채권단은 주당 7600원씩 모두 425억원의 평가차익을 얻게 됐다.

같은 날 마감된 두산인프라코어 워런트에 대해서도 해외채권단은 492만 주의 예탁 주식 중 95.7%인 471만 주를 찾아갔다. 25일 이 회사의 주가는 행사 가격의 세 배 수준인 9430원에 마감돼 289억원의 평가차익이 생겼다.

대우건설과 인터내셔널은 지난달 22일 행사 시한까지 워런트로 예탁된 주식 중 각각 683만 주(94.5%)와 139만 주(93.4%)가 교부됐다. 해외채권단은 25일 종가를 기준으로 대우인터내셔널에서 158억원, 대우건설에서 255억원의 차익을 거두게 됐다.

워런트를 행사한 금융회사는 미국과 유럽.아시아 등 전 세계에 걸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탁원 관계자는 "대부분 대리인을 통해 신청하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알기 어렵지만 은행.증권.보험.신용금고 등 금융회사는 물론 일반 제조업체까지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 워런트 어떻게 부여됐나=1999년 대우사태가 불거진 뒤 국내 채권단들은 구조조정추진협의회를 구성하고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을 하기로 했다. 350여 개 해외채권단은 그러나 대우 계열사들의 회생 가능성이 작다며 이에 반대했다.

협상 결과 양측은 2000년 3월 해외채권단이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에 동의하는 대신 워런트를 주기로 타협했다. 해외채권단은 이에 따라 대우 부실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목적회사인 남산구조조정회사 1호와 2호에 보유채권을 매각하고 대우 계열사 워런트 1952만 주를 받았다.

증시 관계자들은 "해외 채권단이 워런트 행사로 상당한 차익을 거두긴 했지만 출자전환을 선택해 많게는 수천억원의 평가차익을 올리고 있는 국내 채권단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대우 회생에 따른 수익은 대부분 국내 금융회사들이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