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파업 … 월말 수출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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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항공 조종사들의 파업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월말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파업 9일째인 25일까지 아시아나 항공 화물기 46편 중 31편이 결항됐다. 아직까지는 화물 비수기라 아시아나 항공이 나르지 못하는 물량 대부분은 대한항공과 외국 항공사들이 흡수하고 있지만, 파업이 계속되면 적지 않은 수출 차질이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수출물량은 매달 하순인 21~31일에 40% 가량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또 항공편으로 수출되는 품목은 반도체.휴대전화.모니터(CRT).LCD.컴퓨터.의약품.의류 등으로 한국 전체 수출물량의 30%를 차지한다.

산업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 조종사 파업이 자칫 월별 수출 증가율을 한자릿수로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월별 수출증가율은 2월 6.6%, 4월 6.9%였다가 5월과 6월에는 각각 11.8%, 10.4% 증가했다.

항공기로 수출품을 수송하는 수출업계의 걱정도 점차 깊어지고 있다. LG전자 해외물류 기획팀의 박장렬 과장은 "런던행 수송이 한 때 어려웠던 것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큰 어려움은 없지만 파업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물류 자회사인 삼성전자로지텍은 지난 주말 전직원이 비상근무했다. 아시아나의 수송 물량을 대한항공과 싱가포르 항공 등으로 돌리고 있지만 일부 화물 수송이 지체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휴대전화 등 정보기술(IT)제품은 얼마나 빨리 시장에 내놓느냐가 관건이다"며 "운송지연은 제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항공화물시장 점유율은 21.4%다. 성수기에 돌입할 경우 다른 항공사도 여력이 없어 항공수출물량의 상당부분이 묶일 가능성이 있다고 무협은 예상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시장 점유율이 높은 동남아 지역과 항공기 증편 인가가 까다로운 유럽.미주 지역의 수출이 힘들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무역협회 하주지원팀 김길섭 팀장은 "유럽이나 미주 지역의 경우 홍콩.싱가포르를 우회하는 루트를 이용하거나 임대 전세기(차터기)를 투입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지만 이 경우 물류비가 25~50%가량 오르게 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24일 농성장인 인천연수원과 임대계약이 종료되자 충북 보은 속리산 부근의 유스호스텔인 신정유스타운으로 옮겨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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