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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전 모네의 정원에서 만난 운보 김기창, 베르사유궁에서 달리던 손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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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모자를 쓴 노화가가 벤치에 앉아 그림을 그린다. 서양 부인이 멀찍이 떨어져 앉아 그 모습을 곁눈질한다. 흑백사진 밑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198105, 지베르니, 김기창, 화가’. 1981년 5월 운보(雲甫) 김기창(1913∼2001) 화백이 모네의 정원이 있는 파리 근교 지베르니에서 스케치하는 장면이다. 또 다른 사진에서는 선글라스 쓴 노신사가 유럽의 고색창연한 건물 앞에서 달린다. 81년 11월, 베르사유궁에서 사진가 로랑 바르브롱의 카메라에 포착된 마라토너 손기정(1912∼2002)이다.

로랑 바르브롱(63) 사진전 ‘파리 코레안’이 서울 관훈동 갤러리나우에서 12월 3일부터 열린다. 그는 18세부터 태권도를 배우면서 프랑스에 사는 한인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프랑스에 태권도를 보급한 이관영 사범을 통해서다. 한복 차림으로 휘호중인 이응노(1904∼89) 화백과 부인 박인경(90) 화백의 74년 모습, 허공에 물방울을 찍듯 집게 손가락을 쳐든 김창열(85)의 77년 모습, 사진가 김중만(60)의 79년 앳된 얼굴 등이 그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12월 10일까지. 02-725-2930.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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