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최소 3명은 외부에서 영입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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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상고법원 도입을 전제로 대법관 4분의 1 이상을 현직 판사가 아닌 외부 인사들 중에서 충원하는 것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판결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각 제도는 폐지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조만간 상고법원 도입안을 공식 발표하면서 이 같은 방안을 함께 공개할 방침이다.

 대법원 고위 관계자는 16일 “상고사건의 상당 부분을 상고법원에 넘기고 대법원이 정책법원으로서의 역할만 맡게 된다면 대법원 재판부에 다양한 시각을 가진 분들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대법관 4명씩으로 구성된 3개의 소부(小部)에 최소 1명씩은 변호사·교수 등 법원 외부 인사가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이를 의무화하는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포함한 대법관 14명 중 13명이 모두 현직 고위법관 출신이다. 나머지 1명(박보영 대법관)은 부장판사를 지낸 뒤 변호사로 일하다 대법관에 임명됐다.

 대법원은 외부인사 충원을 법으로 강제하는 대신 대법원장이 대국민 약속을 하거나 법원 내규로 규정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변호사 자격을 갖고 20년 이상 법조계에서 활동한 사람’으로 제한한 대법관 자격 요건은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현재 국회에는 대법관 절반 이상을 법원 외부에서 충원하는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대법원이 검토 중인 상고법원 도입안의 골자는 고등법원과 대법원 사이에 고등법원 부장급 판사 20명 이상으로 구성된 상고법원을 두는 것이다. 일단 상고가 접수되면 대법관 4명으로 이뤄진 소부에서 먼저 검토해 전원합의체에 넘길지, 아니면 상고법원에서 재판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전원합의체에 회부되는 사건은 ▶사회적으로 관심이 크거나 ▶법리적으로 중요하거나 ▶기존 판례를 바꿔야 하는 사건 등이다. 대법원은 연간 100~200여 건 정도가 전원합의체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사건은 모두 상고법원으로 넘겨져 심리를 받게 된다. 판결 이유가 기재되지 않아 “깜깜이 재판”이란 비판을 받아온 심리불속행 기각 제도는 폐지하기로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상고사건을 충실히 들여다보기 위해 상고법원을 도입하는 만큼 심리불속행 기각 제도는 폐지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상고법원을 도입하기 위해선 기존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 대상 법률은 법원조직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대한 법률,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 민사소송 등 인지법 등 6개다. 해당 법률의 개정안은 의원입법 형식으로 다음달 중 발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여전히 상고법원을 도입하는 대신 대법관 수를 대폭 증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어서 법 개정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최현철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와 소부=대법원 사건은 원칙적으로 대법관 4명씩으로 구성된 3개의 소부에 배당된다. 소부에 속한 대법관들 사이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거나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면 해당 사건을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법원행정처장 제외)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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