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황제 「롯시」 헤딩슛으로 선취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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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마드리드12일AP·UPI=연합】『탄환처럼 빠른 질주자』라는 「파울로·롯시」는 새로운 『축구 황제』로 즉위했다.
『돌풍의 사나이』 『그라운드의 무법자』 등 많은 애칭을 얻은 「롯시」는 이날 결승전에서도 선취골을 성공시켜 이탈리아를 세계축구챔피언으로 올려놓는데 결정적 수훈을 세웠다.
12만 관중이 입추의 여지없이 자리를 꽉 메운 결승전에서 양 팀은 긴장한 탓인지 정교한 패스웍과 날카로운 슈팅을 폭발시키지 못한 채 미식축구를 방불케 하는 과감한 태클과 철저한 대인수비로 전반전을 득점 없이 끝냈다.
전통적으로 수비가 강한 이탈리아는 쇠사슬수비로 불리는 가테나치오시스팀으로 포메이션을 형성, 철벽수비를 구축한 뒤 기습공격을 노렸으며 반면에, 서독은 예상대로 4·3·3전 형을 구사, 초반부터 줄기찬 기동력으로 그라운드를 나갔었다.
전원수비의 리베로작전으로 서독의 맹공을 봉쇄하는데 성공한 이탈리아는 전반 25분 문전으로 치고 들어가는 FW 「콘티」가 행운의 페널티킥을 얻었으나 「카브리니」가 실축함으로써 선취점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러나 서독의 킥업으로 시작된 후반전에서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의 영웅 「롯시」가 11분에 미드필드 안쪽에서 반칙으로 얻은 프리킥이 골 에어리어로 날아들자 과감히 대시, 다이빙헤딩슛으로 귀중한 선제골을 뽑았다.
서독골게터 「루메니게」를 따돌리고 6골로 득점 왕이 되는 순간이었다.
사기충천한 이탈리아는 24분 FW 「타르델리」가 서독골키퍼 「슈마커」를 제치고 왼발 슈팅을 터뜨려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 두 번째 골을 집어넣었다.
이미 2-0으로 승세를 굳힌 이탈리아는 경기의 주도권을 장악, 36분 HB 「알토베리」가 균형을 완전히 깨뜨리는 세 번째 왼발 슛을 터뜨려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지난 4년간 유럽 축구강호와의 32차례 경기에서 한번도 패한적 없는 무적함대 서독은 38분 골게터 「브라이트너」가 이탈리아의 철벽 수비를 뚫고 한 골을 뽑아내 영패를 모면하면서 유럽 챔피언으로서의 체면을 간신히 지켰다.
「롯시」와 함께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와 득점 왕 자리를 놓고 지금까지 경합을 보였던 서독주장 「루메니게」는 넓적다리 부상이 악화돼 경기종료 20여분을 남기고 교체, 통한을 품은 채 쓸쓸히 그라운드를 떠나야했다.
특히 금년 40세로 주장을 맡고 있는 철벽수문장 「디노·초프」의 선방은 이탈리아 우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한편 이에 앞서 11일 새벽 알리칸테의 리코페레스 경기장에서 열린 3, 4위 전에서는 폴란드가 프랑스를 3-2로 격파하고 지난 78년 아르헨티나대회에 이어 또 다시 3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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