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 부부 어음사기 검찰 측 사실심문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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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인정심문 후 재판장은 피고인들에게 공소장 부본을 받았느냐고 확인한 뒤 공소장 낭독을 생략하고 바로 검찰의 사실심문에 들어가도록 했다.
재판장은 피고인들에게 『불리할 경우 자술거부권이 있으며 유리한 진술은 차단 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고지했다.
상오 10시5분 성민경 부장검사의 이·장 부부에 관한 외국환관리법 위반부분에 대한 사실심문의 시작으로 첫 공판은 본격화 됐다.
다음은 일문일답.(낮 2시 현재)
◇이철희 피고인
-(성부장검사가 간단히 경력과 결혼경위 등을 묻자 이피고인은 이를 모두 시인했다)처인 장영자와 상의해 40만달러를 구입했나.
▲그렇다.
-목적은 무엇이었나.
▲지난해 6월 미 앨라배마 주지사 초청으로 미국에 갔을 때 미국의 실업인과 합작투자를 협의한 일이 있다. 사탕수수밭 40만에이커를 경작하는데 4년에 한번씩 다른 작물을 경작해야 한다고 해서 쌀 농사를 지어 한국의 쌀 부족 현상에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정부에 사업계획의 허락을 받기 위해 수지계산서·자금조달계획 등 기본조사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1백만달러 이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어떤 방식으로 40만달러를 마련했나.
▲방법이 없어 집사람과 상의,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문왕산이라는 사람….(이때 성부장이 그 부분은 별도로 묻겠다며 진술을 중지시켰다)
-40만달러는 어떻게 처리했나.
▲갖고있다 압수된 것으로 알고있다.
-「스즈끼」라는 일본인을 아는가.
▲장인의 친구로 가끔 한국에 오는 사람이다. 장인의 소개로 가끔 만났다.
-그를 통해 일본은행에 5백만엔을 예금한 사실이 있나.
▲했다.
-그가 예금해준 대가는 어떻게 지불했나.
▲한국에 그가 오면 한화가 필요하고 우리가 일본에 가면 일화가 필요해 「스즈키」씨가 맨손으로 오면 우리가 한화를 지급해주기로 했다. 그는 후지은행 일반예금구좌에 예금하고 통장과 도장을 갖다주었다.
-통장과 도장은 어떻게 했나.
▲갖고 있다가 압수됐다.
-미화 20만3천달러를 스웨덴인 「로셀」을 통해 빌었나.
▲지난해 7월께 3년 내에 갚기로 하고 빌었다.
-원래의 규모는 l백50만달러였는가.
▲아니다. 30만달러를 빌기로 했었다.
-어떻게 사용했나.
▲현재 예금구좌에 입금돼 있으며 돌려주지 않았다.
-미국에서 문왕산씨로부터 40만달러를 받은 일이 있는가.
▲지난 1일 LA 센추럴 플라자호텔에서 받았다.
-무슨 목적으로 받았나.
▲해외합작투자의 허가를 받기 위해 자금이 필요했다.
이때 옆에 앉아있던 장피고인이 짜증스런 얼굴로 이피고인에게 손짓했다. 재판장이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주의를 주자 장피고인은 일어서서 재판장을 향해 아무 말 없이 머리 숙여 공손히 인사했다.
-어디서 누구에게 갚았나.
▲집사람이 말할 것이다.
-공영토건이 발행한 어음이 활용되어 이·장 부부가 현금을 빌려주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과연 2배수의 어음을 계속적으로 끊어주는 것이 가능했겠느냐
▲가능했다. 회사가 돈이 필요했고 우리는 돈을 빌려주는 서로 돕는 관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을 빌려줄 때 『특수자금』이라는 말을 한 일이 없다.
이피고인은 2배수의 어음을 받을 적에 공영토건에 대해 일부는 시중에 돌리고 일부는 회사나 은행에 담보로 쓸 수도 있다는 점을 말했다.
-이피고인의 사업계획을 설명해 보라.
▲정년도 되고 개인회사에 취직하려 해도 그렇고….
남은 여생을 국가에 봉사하려고 생각했으나 경험이 없었다. 규모가 크든 작든 기여하려 했다. 전자산업은 방위산업과 관계가 있어 관심이 많았고 이밖에 기계산업·해외자원개발·청소년선도사업 등을 계획하고 있었다. 갖고있던 돈을 다 투입할 수도 없고 자본을 조달하는 방법으로 아내가 10년 정도 주식에 투자해 박식했기 때문에 주식에 손을 댔다. 1, 2년만 잘하면 사업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중동이 오일 달러를 주체못한다는 인상을 받아 이를 유치하면 국가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었는데 퇴직하게돼 개인적으로 해보려고 했었다.
결과가 이렇게되어 사회나 국민에게 누를 끼쳐 죄송하다.
◇장영자 피고인
-(재판장이 피고인을 호명하자 장피고인은 똑바로 선 채 두 손으로 법대를 짚는 여유를 보였다)남편과 상의해서 40만달러를 사들인 적이 있나.
▲내 비서 김용남을 시켜 사들였다.(장피고인의 진술은 남편인 이피고인과 대조적으로 또렷하고 소리가 컸다)
-무엇 때문에 외화를 사들였나.
▲대화산업 창업의 3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3대 목표는 한·중동 합작은행 설립, 해외투자를 통한 국위선양, 시대에 맞는 국제화기업 설립 등이다. 해외투자는 남편이 정보부재직 때에 수집한 자료를 이용하려 했다.
-누구를 통해서 외화를 샀는가.
▲지금 생각하니 어떠한 경로였든 국법에 어긋나 대단히 죄송하게 됐다.
당시 해외합작회사 추진에 돈이 필요했다.
일을 위해서는 입만 가지고는 되지 않았다.
국제변호사 선임 등 비공식적이지만 설립자금이 필요했다. 대단히 죄송하다.
-그 후 그 돈은 어떻게 했나.
▲당시국제법을 잘 몰랐고 금년 3월 국제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것을 겨우 알았지만 어떻게 구체적으로 손을 써야할지 몰라 전체 윤곽만 잡고 돈은 집에 보관하고 있었다.
-일화 8백만엔을 암달러상을 통해 산 적이 있는가.
▲그렇다.
-무엇에 쓰려고 했는가.
▲내가 국제불교신도회 이사장으로 불교계가 곤궁하기 이를 데 없고 일본에 드나들면서 8백만엔 정도라면 국가에 누가 되는 정도가 아니고 일본에서 경제적 여력을 갖고 쓸 수 있다고 생각됐다. 또 일본 나라껜에 있는 고려사가 퇴폐해 수리하기 위해 일화를 바꿨다. 아버님 친구 되는 분을 통해 필요한 돈을 일본에서 가져오지 말고 내가 일본에 갔을 때 쓰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관광하러 가는 게 아니라서 무언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했다. 죄송하게 생각한다.
-구입한 일화는 어떻게 했나.
▲집에 갖고 있다 미화와 같이 압수됐다.
-미화 40만달러와 일화 8백만엔을 갖고 있으면 죄가 된다는 것을 아는가.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실감을 느낄 정도로 미처 생각을 못해 죄송하다. 어떤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다.
-문왕산으로부터 40만달러를 받은 사실이 있는가.
▲있다. 합작투자를 위해 국제변호사를 선임할 비용이 필요했다. 암달러상으로부터 구입해 갖고 갈 수 없어 40만달러 한푼도 못 갖고 나갔다. 외화를 가져나간다는 일이 어렵고 힘들어 미국에서 받았다.
-문왕산씨는 누구이며 어떻게 댓가를 지불했나.
▲가족같이 지내던 서향연씨의 아들이다. 10년 전 미국으로 가 군인으로 있으면서 사업을 했고 최근 가게를 팔아 40만∼50만달러를 갖고 있다는 얘기를 서씨로부터 듣고 부탁했었다. 한국에서 한화를 줄 테니 편의를 봐달라고 했더니 쾌히 응낙해 지난 2월 출국해 40만달러를 받았다.
-일신제강과의 어음거래내용은 알고있었나.
▲일신은 자금난이 긴박한 상태로 사채시장에서 어음신용도가 낮았다. 기간산업이고 철강은 미래산업으로 협력해서 도와주고 싶었다.
-비교적 재무구조가 나빴다는데….
▲비교적이 아니고 긴박했다.
-왜 금년 2월 라이프어음을 원했나.
▲라이프의 조내벽 회장과 지난해부터 거래했으나 조회장과 남편과의 의견이 맞지 않아 지난해 12월까지 거래를 끝냈었다. 조회장이 3백억원 규모의 사업계획을 세웠는데 어려워져 라이프가 부도나면 내 어음 상당수가 관련되어 어려운 고비를 넘기도록 하기 위해서다.
-일신·공영발행 어음의 최종 결제책임이 피고인에게 있다는 것을 알았는가.
▲70%가 내 책임이고 30%가 회사책임이다. 일신·공영의 신용이 나쁘다는 것은 다 알고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연말까지 피고인들의 자금사정이 극도로 악화되어 어음결제능력이 없었다고 보여지는데.
▲방법이 문제다. 죄송하지만 경제는 전쟁과 같다. 전쟁은 승패고 경제는 손익이다. 패배나 손실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손실을 가져온 결과에 대해 경제인으로 절실한 책임감을 느낀다. 결제능력이 있었고 없었고를 정확히 말하는 것은 단절돼 있는 지금상태에서 불가능하다.
-정치자금으로 흘러갔다는데.
▲전혀 없다. 있을 수가 없다.
-세상 사람들이 정치자금으로 갔다고 믿는데….
▲외람스럽고 죄송스럽지만 누가 높은 자리에 있는지도 모른다. 옛날 분은 좀 알지만 지금은 누가 국회에 나가 계시는지, 누가 무슨 자리에 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관심을 가져보지 않았다.
경제를 좀 아는 사람으로 경제발전 밖에 머리에 없었다. 경제발전에 권력이 결탁되면 뿌리가 없어진다. 권력이 접근해왔다면 우리가 도망갔을 것이다.
-정치자금으로 간 사실이 있다면 지금밖에 말할 기회가 없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겠는가.
▲후회할 일 안 한다. 전혀 없다.(단호한 목소리)
-7천1백11억원이란 천문학적 숫자를 거래했는데….
▲7천1백80억(장피고인은 정확한 숫자를 알지 못하는 듯 했다)을 천문학적 숫자라 한다면 하루에 1조원씩 결제되는 어음은 어떻게 설명하나.
1년에 유통된 모든 어음을 합한 것이다. 그 중에서 6천억원은 일신·공영 등의 어음결제에 사용됐고 7백억원은 미사용 어음이다. 또 7백억원은 역금리 손실이며, 주식선매손실이 4백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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