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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6개월] 부실도시락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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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도시락을 받다가 식권(일반 식당 이용권)으로 바뀌는 바람에 아예 급식을 중지해 달라고 했다. 아이가 창피하다며 식권을 들고 식당에 가려 하지 않는다."(서울 중계3동, 중학생 김모군의 할머니)

부실 도시락 파동 6개월을 맞아 본지는 각급 학교의 여름방학이 시작된 19~22일 서울과 일부 지방의 결식 아동 급식 지원 실태를 긴급 점검했다. 그 결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부실 도시락이나 여름철 식중독 사고 등을 우려해 도시락 대신 식권을 지급하고 있지만 많은 학생이 식권 이용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역아동센터나 복지관 등에서의 단체급식이 늘고 급식물의 내용이나 위생 상태가 향상되는 등 6개월 전보다 다소 개선된 점도 있었다.

?식권 지급 효과 떨어져=영구임대아파트 5400여 세대가 있는 서울 중계4동은 이번 방학부터 결식 아동에게 도시락 대신 식권을 지급하고 있다. 이곳 담당자는 "보건복지부나 시청에서도 여름철 식중독 사고를 우려해 식권으로 바꾸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근 학교들의 방학 첫날인 20일 아이들이 지정 식당들에서 사용한 식권은 지급한 350장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역시 식권만 지급하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지정식당 주인은 "중학생 이상은 창피하다며 잘 오지 않는다"며 "나중에 엄마나 할머니들이 포장해 가져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일부 지정 음식점에서는 3000원짜리 식권 한 장으로 식사하기가 힘들었다. 서울 구로동의 지정 식당인 한 패스트푸드점 직원은 "햄버거 값만 3000원 이상이어서 대부분의 아이가 한 번에 식권 2장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대형 식품매장 등에서 식재료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식품권을 지급하는 지자체도 많았다. 식품권은 '끼니를 챙겨줄 사람이 없는 아이를 돕는다'는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도시락 품질은 개선돼=도시락의 경우 단가가 2500원에서 3000원으로 인상되고 도시락 제조업체가 대거 물갈이된 덕분에 품질이 다소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여름철 위생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 서울 강동구 급식을 위탁받은 성내복지관 담당자는 "1주일에 두 번 배달하는 주.부식의 경우 압축팩에 담아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주머니에 아이스팩과 함께 넣어준다"고 말했다.

김정수.강승민 기자
박형아.오혜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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