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중국 위안화 절상 단단히 대비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2% 절상하고 미국 달러화에 고정된 고정환율제(페그제)를 복수통화 바스켓제도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무려 10년 만의 변화다. 그동안 값싼 중국산 제품의 범람에 시달려 온 국제사회는 지속적인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가해 왔다. "환율은 독자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문제"라고 버텨 온 중국이 마침내 위안화 절상 카드를 빼 들었다. 그 배경에는 국내의 경기 과열을 식히고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중국의 전략도 깔려 있다.

국제금융시장은 일단 큰 충격 없이 지나가는 모습이다. 위안화 절상 자체가 오래전부터 예상된 수순인 데다 평가 절상 기대감이 상당 부분 선반영됐기 때문이다. 중국도 미국의 압력에서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한국 경제에 위안화 절상은 양날의 칼이다. 중국이 최대의 수출시장인 동시에 가장 버거운 경쟁 상대국이기 때문이다. 당장 위안화 절상은 원화가치의 동반상승을 부르고 있다. 또 단기적으로 대중국 수출은 늘겠지만 길게 보면 부정적인 측면도 만만찮다. 중국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면 대중국 수출증가세가 꺾이는 데다 중국에 생산기지를 마련한 국내기업들의 경쟁력도 약화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대목은 중국의 복수통화 바스켓제도 채택이다.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넘어가는 중간단계인 바스켓제도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등 국내외 경제변수가 제한적 범위에서나마 반영되는 관리변동환율제도다. 이제 위안화에도 시장원리가 작동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지속될 경우 위안화 추가 절상 가능성을 열어 놓은 셈이다.

이에 따라 위안화 절상은 이제 시작일 뿐 끝이 아니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9.5%에 이르고 수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32.7%가 늘었다. 외환보유액도 6월 말 현재 7110억 달러나 쌓여 있다. 앞으로도 국제 투기세력들은 끊임없이 달려들 것이고, 국제사회의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도 줄기차게 이어질 게 뻔하다.

중국은 이제 세계경제의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 지금과 같은 고성장세가 지속될 경우 위안화 가치는 더 높아지고, 달러.유로화에 버금가는 기축통화 자리까지 넘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도 눈앞의 변화에 일비일희하기보다 더 멀리 경각심을 가지고 중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위안화 평가절상이 한국 경제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우리가 대비하기 나름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