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단축에 밀려난 "안전제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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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4O여명의 사상자와 50억원의 재산피해를 낸 서울 현저동 지하철공사장붕괴사고에 대한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똑같은 유형의 대형사고가 또 일어났다.
시민들은 이제 절판이 깔린 길 위로는 다닐 엄두조차 낼 수 없게 됐다.
이번 사고는 지난번 현저동사고때와 마찬가지로 공기단축에 따른 무리와 안전관리 허술에 따른 예고된 사고였다.
시공자인 극동건설은 사고가 일어나기 하루전인 지난30일 상오부터 지하공사장 구간옆의 강재(강재)가 토압을 이기지 못해 흙이 조금씩 흘러내리는 것을 발견하고서도 인부들의 접근을 막는 정도의 조치만 취했을 뿐 충분한 안전대책을 강구하지 않았다.
이 바람에 차량통행제한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지나가던 차가 지하철 아래로 떨어져 인명피해를 내는 현저동사고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무성의를 드러낸 것이다.
이같은 과오는 83년말 완공을 목표로 철야작업등 공사를 서두르는데만 급급, 사고위험이 있는줄 알면서도 이를 중단하지 않은채 그대로 강행한데서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측은 더구나 이번 사고지점이 지난달 지하현안전진단결과 다른 25개 공구와 함께 붕괴등의 위험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지적됐는데도 단순히 보완조치명령을 내렸을 뿐 공사중지나 보완후 공사착수등의 보다 안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채 방치했다.
더구나 사고 구간에는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가 맡은 지하철2호선의 시청앞 역이 들어서는 곳으로 다른 공사구간보다 너비가 16m나 넓은 36m인데다 불과 4∼5m 떨어진 길 양쪽에서 유원건설과 대한항공등이 각각 10층이상의 대형 신사옥건물 신축공사를 벌여 깊이 15∼20m로 망을 파내려가는 등 벽면의 붕괴위험을 가중시켜왔다.
사고현장은 이밖에도 ▲오픈커트방식(개착식)에서 터널식으로 이어지는 곳이며 ▲서소문에서 서울역, 을지로, 광화문등지로 빠지는 차량들이 항상 초만원을 이뤄 양옆과 위쪽에서의 압력이 가중되는 지역인데도 극동건설측은 별다른 안전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공사현장사무실을 바로 이곳에 두고 인근에 수십t씩의 각종철강재를 쌓아 토압을 가중시켰다.
특히 이번 사고의 가장 큰 문체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은 서울시 지하철공사가 맡은 지하철4호선의 현저동사고 경험을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가 강 건너 불보듯한채 충분히 되살리지 못했다는 점으로 지적된다.
지하철공사측은 사고직후오픈커트나 터널공법이 공사비용이 적게들고 공기(공기)을 단축할 수 있는 잇점은 있으나 사고위험이 많고 차량통행· 인근 건물등에 피해를 준다는 점을 감안, 서구의 새로운 기술인 나름공법을 도입, 도심구간에서 지난 5월중순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2호선을 담당한 지하철건설본부는 이미 대부분의 공구가 50%이상의 공정을 보이고 있으며, 3, 4호선에 비해 안전도가 높다는 판단 (종합진단에서 2호선은 8개소, 3· 5호선은 18개소가 위험지역으로 나타났다.)만으로 새 공법적용을 무시한채 공사를 강행해왔다. <홍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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