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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순이' 무엇을 남겼나 [MD 기자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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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주 기자] 화제의 드라마 MBC '내 이름은 김삼순'(극본 김도우 연출 김윤철, 이하 김삼순) 최종회의 전국 시청률이 50%를 돌파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김삼순'은 앞뒤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이 동반 상승하고, 서점가에 관련 서적들이 불티나게 팔리는 등 각종 '김삼순 효과'를 낳았다. 전국에 열풍을 불러일으킨 '김삼순'이 남긴 것은 무엇인가. 살아있는 캐릭터의 힘 '김삼순'이 이토록 많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단연 살아있는 캐릭터의 힘이다. 예쁘지도 날씬하지도 않은 30세 파티쉐 김삼순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여기에 주연 배우 김선아가 7Kg의 몸무게를 불리고 노메이컵도 마다하지 않는 가까운 근성으로 이같은 캐릭터에 현실감을 더했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사실 외모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세계 어느나라보다 높은 한국에서 이처럼 평범하기 이를데 없는 여성이 여주인공을 맡는다는 것 자체가 파격에 가깝다. 그러나, 김삼순은 이같은 여러가지 하드웨어적(?)인 악조건 속에서도 결코 좌절하거나 자기 비하에 빠지지 않는다. 오히려, 삼순이는 일과 사랑에 있어서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단순히 삼순이의 외적인 조건때문은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당당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수 있는 것. 많은이들이 열광하는 것은 이같은 삼순이의 당당함과 자신감 때문일 것이다. 이름때문에 고민하던 삼순이가 끝끝내 '김희진'으로 개명하지 않은 것은 이같은 그녀의 자의식을 대변한다. 변화하는 여성상 반영 김삼순이 이토록 많은 지지를 받는 두번째 이유는 이 드라마가 최근 변화하고 있는 여성상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는데 있다. 사실 극 초반에 '에이 이 사장놈아', '와 미지왕이야 제대로 미지왕이네','지둘러라, 삼식아~'를 외치며 때론 귓방망이 까지 날리는 삼순에게선 '여자란 자고로 조신해야'라는 기존의 가부장적 가치를 찾아 볼 수 없다. 사실 그동안 한국의 드라마 여주인공들은 대부분 '상대에게 짐이 된다'는 이유로 좋아한단 말도 못하고 뒤로 숨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극중 삼순은 진헌에게 당당하게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기습 키스도 서슴지 않는다. 또한, 삼순은 '너무 굶었어'라는 절규를 내뱉을 정도로 성의식에서도 개방적인 면모를 보인다. 이같은 측면은 그동안의 수많은 신데렐라 스토리를 다룬 드라마들과 차이점을 보이는 것이다. 삼순이, 한국 사회에 일침 '김삼순'은 이같은 현실적인 캐릭터이외에도 드라마 작가의 촌철살인에 가까운 맛깔나는 대사, 빠른 편집과 경쾌한 카메라 워크 등 드라마 흥행을 위한 구조를 갖췄다. 또한, 논스톱과 아일랜드에서 신인연기자였던 현빈이 확실한 톱스타로서의 발판을 다지는 연기력을 선보였고, 려원과 다니엘 헤니 등 신선한 얼굴들도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모두 좋은 측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극 전개상 삼순-진헌-희진을 둘러싼 삼각 관계가 다소 설득력 없이 그려지고, 이유야 어쨌든 신데렐라성 판타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가 외면해왔던 외모지상주의와 착한여자 콤플렉스에 대해 보다 현실적인 접근을 했다는데 많은 사람들이 적잖은 공감을 느꼈다. 무엇보다, 누구나 똑같은 모습을 하고, 똑같은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획일화된 가치 기준에 일침을 가한 것. 그것이 삼순이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메시지일 것이다. 이은주 기자 기사제공: 마이데일리(http://ww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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