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체미3년 본 대로 들은 대로…김재혁 전 특파원 - 더 젊어지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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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젊다』『젊어 보인다』 혹은 『젊어진다』는 것은 미들 아메리컨들의 새로운 꿈이다. 그 꿈은 저소득층보다는 고소득층에서, 흑인들보다는 백인들에게서, 또 블루칼러보다는 화이트칼러 사이에서 더욱 강렬하다. 그들은 더욱 날씬해지려 하고, 더욱 싱싱하고 정열적인 육체를 갖기를 원한다.
이러한 젊음에 대한 꿈과 열망은 미국전역으로 퍼져나가 가정과 사무실에서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운동 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년 전에는 18세 이상의 성인 4명중에 1명꼴로 정기적으로 운동을 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3명중 1명이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고있고, 그 숫자는 무려 5천5백만명이다.
백악관에는 국민의 건강프로그램을 전담하는 「건강스포츠위원회」란 대통령 자문기관이 설치돼있고. 캘리포니아주 등 32개 주에도 주지사 자문기관이 있다. 백악관의 건강스포츠위원회(CPFS)의 최근 집계를 보면 미국사람들이 건강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운동을 하고있는지 알 수 있다.
▲수영 6천만명 ▲자전거타기 4천4백만명 ▲하이킹 3천4백만명 ▲농구 2천9백만명 ▲소프트볼 2천6백만명 ▲테니스 2천3백만명 ▲배구 2천1백만명 ▲롤러스케이팅 2천만명 ▲조깅 2천만명 ▲터치볼 1천8백만명 ▲골프 1천3백만명 ▲아이스스케이팅 1천1백만명 ▲래컷볼 1천만명 ▲스키 1천만명 등.
이밖에도 각종 운동기구를 갖춘 헬드클럽이 성업중이다. 헬드클럽은 주로 도시의 화이트칼러들이 이용하는데 연회비가 4백∼6백달러(28만∼42만원) 정도다. 점심시간이나 일과 후에는 거의 만원상태다. 그래서 화이트칼러들의 땀은 신분의 상징이며, 근육은 곧 돈이란 말도 있다.
올해 만71세인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50대의 젊음을 과시하고있는 것도 평소의 운동덕분이다.
레이건은 거의 매일 오후에 백악관에서 웨이트머신으로 근육을 단련하고, 휴가 때에는 캘리포니아목장에서 장작패기로 땀을 뺀다. 부인 낸시 여사도 매일 실내자전거로 운동을 하고있다.
레이건 대통령의 보좌관 마이클·디버도 1주일에 세차례씩 운동으로 체중을 조절한다. 칼로리가 낮은 치즈와 다진 쇠고기로 차려진 디버식 점심은 백악관식당의 명물이다. 대변인 래리·스피크스도 매일정오 뉴스브리핑을 끝내고 링컨기념관과 제퍼슨기념관을 돌아오는 2마일 조깅을 하고있다.
최근에는 에어로빅댄스가 붐을 이루고있는데 캘리포니아주청 근무자들은 1주일에 두번씩 주지사 회의실에서 에어로빅댄스강습을 받고 있다. 이러한 운동 붐은 미국 안에 건강산업을 촉진하고 있는데 그 규모는 연간 1백20억달러에 이른다. 미국사람들은 젊어지고 건강해지려는데 아낌없이 돈을 쓰고있다.
건강과 젊음은 『내가 하고싶은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 미들 아메리컨들에겐 절대로 필요하다.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은 마치 대머리가 가발을 사 쓰듯, 뷔페식사의 음식을 마음대로 골라먹듯,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어떤 짓을 해도 제약을 받지 않는 미국특유의 자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들은 오히려 더 자유스러워지기를 원한다. 『심심하고 싫증이 났다구요? 훌쩍 여행을 떠나든지, 아니면 이혼이라도 하면 어떻겠읍니까』―NBC-TV 심야프로에서 조니·카슨의 익살이다. 그러나 그 말은 오늘날 미국세태를 정확히 풍자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느 사회학자는 지금 미국사회에서 문제가 되고있는 것은 결혼이나 이혼이 아니라 영구적인 결혼으로 묶여있는 부부관계라고 지적한바 있다.
이미 결혼과 이혼이 자유스러워진 환경에서 어쩌면 과거의 유물일는지 모르는 도덕적 속박에 묶여 껍질뿐인 결혼생활을 영위하는 것은 피차 불행이라는 논리다. 미국에서는 적법한 결혼은 주에 따라 다르지만 남자 최하14세, 여자 최하13세이면 부모의 동의를 얻어 결혼할 수 있으며, 남자 최하l7세, 여자 최하l5세이면 부모동의 없이도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
80년 한해만해도 2백41만3천여명(인구의 10·9%)이 결혼했고 반면에 1백18만2천여명(인구의 5·3%)이 이혼을 했다.
미국인들은 자유스러워지기 위해 결혼을 하고 또 같은 이유로 이혼을 한다. 그 과정에서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변치 않는다』는 서약은 점점 무너져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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