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과 시대극이 중견 연기자의 밥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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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주말 드라마 ‘제 5공화국’에는 젊은 연기자들은 볼 수 없다. 대부분 중견 연기자들이다. 주연인 이덕화를 비롯해 이순자여사역 김영란, 노태우역 서인석 등 대부분의 출연진들이 중견 연기자들이다.

또 다른 시대극 SBS 월화 드라마 ‘패션 70s’도 전인택, 이혜영, 송옥숙 등 중견 연기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밖에 KBS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에선 기주봉, 정애리, 정동환, 임혁주 등 중견 연기자들이 비중있는 배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사극과 시대극은 중견 연기자들의 주요한 활동무대이자 수입원 역할을 하고 있다. 1992년 ‘질투’를 시작으로 봇물을 이룬 트렌디 드라마로 인해 중견 연기자들은 드라마에서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또한 일일 드라마와 주말 드라마도 젊은 스타들을 주연으로 내세우면서 중견 연기자들은 식사 장면에만 나오는 ‘밥상용 배우’로 전락했다.

특히 근래 들어서는 스타들의 치솟는 몸값으로 인해 중견 연기자들의 출연 기회는 더욱 더 줄어들고 있다. 왜냐하면 방송사나 외주제작사 제작진이 스타들의 출연료가 높아 출연진을 가급적 줄이려 하기 때문이다. MBC의 ‘내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가 아버지는 없고 편모로 설정된 것은 드라마 내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고 제작비를 줄이려는 고육책으로 나온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중견 연기자들의 드라마의 활동 무대는 점점 좁아지고 있어 상당수 중견 연기자들은 생계의 위협마저 느끼고 있다. 중견 연기자 조형기가 최근 “중견 연기자의 대부분이 드라마에 출연할 기회가 줄어들어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견 연기자들이 그나마 주요 배역을 맡아 활동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사극과 시대극이다. 하지만 최근 사극도 젊은 주인공이 나서는 트렌디 사극이 주류를 이루면서 중견 연기자들의 설자리는 더욱 더 좁아지고 있다.

한 중견 연기자는 “완성도 높은 시대극과 사극이 많이 제작돼 중견 연기자들이 20~30년간 쌓은 연기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강력히 피력했다. [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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