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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김동률·성시경 뭉쳤다 … 유희열, 그를 위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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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3일 음악감상회에서 신곡을 설명 중인 유희열. 그는 “발가벗은 느낌”이라며 “그런 거 좋아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사진 안테나뮤직]

가수 ‘토이’의 팬들은 18일 발매되는 7집 앨범을 ‘칡즙’ 앨범이라 부르며, 기다려왔다. 도대체 얼마나 정성들여 만들길래 7년의 세월이 걸렸냐는, 애정어린 한탄의 표현이다. 작곡가 겸 프로듀서 유희열(43)이 객원 보컬을 기용해 만드는 토이 앨범은 팬들의 오랜 기다림을 보상해주는 묵직한 한 방이 늘 있었다.

 음악 팬들에게 있어 토이의 앨범을 듣는다는 건 이지적인 유희열의 취향을 공유하는 것, 그 자체다. 김형중·김연우·이지형 등 쟁쟁한 가수들이 유희열에게 혹사(?)당한 끝에 ‘토이 월드’에 편입돼가는 과정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13일 드디어 토이의 7집 앨범 ‘다 카포’가 그 속살을 드러냈다. 서울 압구정동에서 열린 음악감상회 겸 간담회에서 가장 먼저 나온 질문은 ‘왜 이리 오래걸렸냐’는 것이었다.

 “토이 앨범은 한 마디로 ‘민폐’에요. 주변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만들 수 없기 때문이죠. 예전엔 품앗이 개념으로 쉽게 했는데, 지금은 협업을 하려면 (각 가수가 소속된) 회사 차원의 비즈니스 룰이 있더라고요. 제가 노래를 못해서 보컬리스트가 필요한데 다들 싱글 앨범 내느라 바쁜 거죠. 그래서 오래 걸렸어요.” 유희열의 답변이다.

 앨범에 참여한 객원보컬 명단을 보니 그 말이 이해가 된다. 믿고 듣는 이적·김동률·성시경부터 음원 강자인 악동뮤지션의 수현·김예림·다이나믹 듀오·자이언티까지 있다. ‘다 카포’라는 앨범 제목은 처음으로 되돌아가라는 뜻이다. 초심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은 작업 방식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유희열은 “ 90년대식으로 피아노 앞에 앉아 손악보를 그렸다”며 “그 시절의 음악적 치열함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미리 들어본 13곡은 “과연 토이답다”는 감탄사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이적이 부른 ‘리셋’은 가슴 밑바닥부터 끓어오르게 하는 ‘뜨거운 안녕’을 연상케 하고, 성시경이 부른 타이틀곡 ‘세 사람’은 한 남자가 슬픈 감정을 억누르며 부르기에 더욱 서늘하게 들리는 토이표 발라드다. 유희열은 이 곡에 대해'좋은 사람'의 10년 후 버전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곡은 하나의 풍경이 완성되듯 유려하게 이어진다. 가수들의 한계치를 끌어올리는 심술도 여전하다.

 “이적, 김동률, 성시경이 아니면 소화를 못할 곡들이죠. 성시경은 열흘 간 담배를 끊고 와서 불렀고, 이적도 자신의 음역대가 아니라며 고사하는 것을 제가 밀어붙였어요. ”

 힙합·알앤비 가수와의 작업은 유희열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그의 표현대로 ‘꾸부리 창법’과 랩을 시도한 ‘인생은 아름다워’는 기존의 토이 노래도 아니면서, 요즘 유행하는 힙합 곡도 아닌 묘한 지점에 있다. 그는 “이 곡을 만들 때의 느낌은 퓨전 재즈에 가까웠다”며 “다이나믹 듀오에게 밴드 사운드에 ‘스캣’을 하듯 랩을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개인적으로도 흥미로운 곡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유희열이 직접 부른 두 곡은 자신의 고뇌가 그대로 투영된 노래다. 고(故) 신해철을 기리며 만든 ‘취한 밤’과 ‘난 노래를 만드는 뭐 그런 일을 해, 게으르고 철이 안들어’란 가사로 시작하는 ‘우리’라는 곡은 40대 생활인의 고독과 청춘에 대한 열망이 함께 담겨있다.

 “20대 때는 피아노 앞에서 밤을 샜어요. 하지만 지금은 30분 정도 하면 피곤해져요. 예전만큼 음악을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이 있어요. 그래서 지난 3년간 시간과의 싸움을 했어요. 일단 작업시간의 총량을 채우자는 생각으로 손 끝에서 더 이상 할 게 없다고 느낀 순간 이 앨범이 나왔어요.”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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