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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할부 수수료 싸움 2R … 금융당국까지 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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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현대자동차 싼타페(3180만원)를 구입하려는 직장인 A씨. 캐피털사를 통해 36개월 할부로 구입한다면 연 6.5%의 금리를 적용받는다. 선수금 480만원을 제외하고 이자를 포함해 내야 하는 금액은 2979만원. 캐피털사와 제휴한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적용 금리가 연 5.9%로 떨어진다. 카드 대금을 캐피털사가 대신 갚고, 차 구매자는 캐피털사에 매달 할부금을 내는 구조다. 이때 카드사는 자동차회사에서 1.9%의 가맹점 수수료를 받는다. 이 중 0.2%를 소비자에게 캐쉬백 서비스로 돌려준다. A씨의 경우 금리 차로 인한 이익(26만원)과 캐쉬백(5만9000원)을 합치면 캐피털사의 일반 할부보다 31만9000만원 더 싸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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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가 활용한 방법이 이른바 ‘복합할부’ 다. 할부금융사를 끼고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를 놓고 카드사와 국내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현대차가 연례적으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갈등의 표면적 요인은 수수료율이다. 카드 가맹점인 현대차는 복합할부 때 카드사에 주는 수수료가 과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카드사들은 현행 법체계상 수수료를 깎아줄 수 없는 구조라고 버티고 있다. 현대차는 KB국민카드와 가맹점 재계약을 놓고 수수료율 협상을 벌이고 있다. 복합할부 수수료를 1.85%에서 1% 수준까지 깎아달라는 게 요구다. 당초 지난달 말이 협상 시한이었지만 두차례 연장해 17일까지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날까지 합의가 되지 않으면 다음날부터는 국민카드로 현대차를 살 수 없게 된다. 신한카드는 내년 2월, 삼성카드는 3월에 가맹점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공방이 파국으로 치닫을 우려가 커지자 당국도 개입하고 나섰다. 12일 금융감독원은 현대차를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전법은 ‘대형 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를 요구해선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일반 카드거래와 달리 복합할부금융은 결제가 이뤄진 다음날 캐피탈사가 자금을 입금하는 만큼 조달 비용이나 연체 위험 등이 따르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비용에 따른 적정한 수수료’를 어느 수준으로 보느냐가 핵심이다. 문제는 판단의 잣대가 되어야할 현행 여전법이 되려 ‘갈등의 씨앗’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 개정된 여전법 자체가 시장원리보다는 다분히 정치적인 논리를 따른 탓이다. 개정법의 요지는 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낮추는 대신 대형가맹점은 높이는 것이었다. ‘규모의 경제’에 따른 원가 개념으로 보면 대형가맹점의 수수료가 낮아야 한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국회는 ‘골목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이를 밀어붙였다.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조차 “가격은 시장에서 정해져야 한다”며 개정안에 반대하기도 했다.

 여전법이 개정된 이후 카드사들은 ‘적격비용 산출 방법서’를 마련했다. 영세가맹점 우대수수료를 1.5%로 정해놓은 상황에서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은 1.8~2.7%로 범위로 올라갔다.

 현대차와 카드업계·감독당국간 갈등을 첨예하게 만드는 또다른 배경은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의 압도적인 지위다. 2009년부터 선보인 자동차 복합할부금융은 2010년 8654억원에서 지난해엔 4조5906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감독당국은 복합할부가 현대차의 높은 시장 점유율에 기반한 현대캐피탈의 독점 구조를 완화하고 궁극적으로 소비자 혜택을 늘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국이 최근 자동차 금융시장에도 ‘방카슈랑스 25%룰’과 같은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말을 흘리며 현대차를 압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5%룰’은 은행이 창구에서 팔수 있는 계열 보험사 상품 비율을 25% 아래로 제한한 규정이다. 현대캐피탈이 현대·기아차의 할부금융 비중을 25%로 낮춰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는 75%다.

  박유미·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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