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를 때 더 달궈라 … 분양시장 겨울 비수기 잊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1면

연말까지 전국에서 아파트 11만여 가구가 분양된다. 사진은 서울 만리동 서울역센트럴자이 견본주택. [사진 GS건설]

겨울이 다가오면서 날씨가 쌀쌀해지지만 아파트분양시장 열기는 더 달아오르고 있다. 분양물량이 쏟아지고 청약자들이 몰린다.

 미분양이 쌓였던 지역에서도 청약경쟁이 치열해졌다. 청약자 발길이 뜸했던 서울 강북권에서도 순위 내 청약 마감이 잇따른다. 최근까지 1~3순위 내에서 모집가구수를 겨우 채웠던 인천시 송도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보기 드물게 1순위 수십대 1의 경쟁률이 나왔다. 최근 진행된 포스코건설의 송도더샵 퍼스트파크 1차분 청약 접수에서 모집가구수 832가구의 3배가 넘는 3400여명이 신청했다. 9개 주택형 중 6개는 1순위에서 평균 4.3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전용 59㎡A형의 수도권 경쟁률은 25대 1에 달했다.

내년 청약 문턱 낮아지면 당첨 기회 줄어

주택 수요자들이 내년부터 아파트 청약 문턱이 낮아지면서 더 치열해질 청약경쟁을 피하기 위해 적극 청약에 나서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서울·수도권 1순위 주택청약통장 가입기간이 현재 2년에서 1년으로 줄어든다.

 저렴한 분양가와 분양권 전매차익 기대감은 분양시장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정부가 분양가를 규제하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새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시세 이하에서 책정되고 있다. 집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정부 방침대로 올해 안에 분양가 상한제가 완화되면 분양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 분양권에 웃돈이 붙으면서 분양권 거래량이 올해 3분기(7~9월)에 2006년 공식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분양열기를 타고 주택건설업체들이 계절을 잊고 분양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예년 같으면 연말을 앞두고 분양시장이 철수 분위기지만 올해는 연말까지 성황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주택건설협회 이호상 부장은 “손님이 많을 때 영업시간을 늦춰서라도 그날 판매하는 게 유리하듯 가능한 올해 분양을 많이 하기 위해 업체들이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와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전국에서 11만여 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지난해 연말 분양물량(4만 여가구)의 3배에 가깝다. 서울·수도권에서 5만 가구, 지방에서 6만 가구다.

 앞선 분양에서 높은 경쟁률을 보인 지역에서 나오는 ‘밀어내기 물량’이 최근 청약 낙첨자들과 대기 수요자들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강남권 보금자리지구, 위례신도시,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세종시 등지이다.

강남권 보금자리지구에서 막바지 물량이 나온다. 올해 분양을 끝으로 더 이상 분양이 없기 때문에 ‘막차’를 타려는 청약자들이 몰릴 것 같다.

2006년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 이후 가장 높은 청약경쟁률 기록을 세운 위례신도시에서 중소형 분양이 청약돌풍을 이어간다. 최근 위례신도시에 처음으로 분양된 전용 85㎡ 이하 주상복합아파트는 최고 5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주택수요자들의 꾸준한 인기를 받고 있는 동탄2신도시에서 호반건설 등이 분양 릴레이를 이어간다.

 수도권 신도시 물량으로 김포시 한강신도시와 수원시 광교신도시 물량도 눈 여겨 볼 만하다. 한강신도시에선 근래 미분양이 빠르게 소진됐고 광교신도시 아파트는 신도시 내에서 가장 요지로 꼽히는 호수공원 주변에서 선보인다.

 서울 도심권 뉴타운 아파트가 직장과 가까운 직주근접형의 편리성이 돋보이는 단지를 찾는 수요자들의 구미를 당긴다. 종로구 돈의문뉴타운,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 등이다.

서울 강남권 보금자리지구 마지막 물량

지방 물량은 청약경쟁률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부산·대구시에서 1만2000가구 분양된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분양시장의 눈치를 보기보다 적극적으로 청약전략을 세우는 게 낫다”고 말했다. 분양권 전매차익을 노린 청약보다 실수요 입장에서 분양 받는 게 안전하다. 분양권 시장에 ‘떴다방’(무허가 이동식 중개업자)이 돌리는 물량이 적지 않아 분양권 과잉공급으로 낭패를 볼 수 있다.

같은 지역의 물량은 입지여건을 보고 비교해 선택해야 한다. 같은 지역에서도 역세권·브랜드·평면구조 등에 따라 나중에 시세차이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길어 청약가점이 높은 1순위자는 전용 85㎡ 이하의 중소형을 노리는 게 유리하다. 앞으로 중소형에 적용되는 청약가점제도 완화된다.

안장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