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숨어사는 외톨박이』 일 평범사서 번역출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백정·무당·남사당·기생 등 음지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생활을 직접 보고 쓴 『숨어사는 외톨박이』가 일본의 저명한 출판사인 평범사에 의해 『아리랑고개의 나그네들』이라는 이름으로 일역 출판됐다.
당초 이 책은 월간『뿌리깊은 나무』가 3년동안 36편은 연재한 것 가운데 10편을 선정, 일본에서 출판한 것으로 『듣고 쓴 한국민중의 세계』라고 붙여 항상 백정·기생·무당·상여꾼·풍수사·치장·대공들의 얘기를 모았다. 지금까지 전통문화에 대한 일역판은 일본에서 선을 보인 적이 있으나 그늘에서 전통문화를 이어온 사람들의 애환과 함께 서민문화를 책으로 출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요미우리(독매)신문은 서평을 통해 『한국민중의 귀중한 생활지』(5월31일자)라는 제목으로 『일본에서는 「기생관광」이라는 이미지밖에 알려지지 않은 기생이 문화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기록했고 『제가 태어난 고장은 서울입니다』라는 일본 야꾸자의 의리도 사실은 보부상 패들이 처음 만났을 때 인사를 나누던 예절에서 온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어 흥미롭다. 따라서 이 서평은 『일본과 한국의 토착문화에 대한 비교와 공통점 발견에 귀중한 자료가 되며 중국문화의 영향과는 거리가 멀다』고 평했다.
재일교포 안우식씨가 번역했다. 일본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글 앞에 간단한 해설을 붙이고 풍속화를 곁들이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예컨대 백정은 납세의 의무까지 면제됐던 천민계급이었는데 갑오경장이후 신분이 평등하게 됐다는 역사적 사실을 짤막하게 소개하고 본문의 글을 수록하고 있다. <동경=신성순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