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 두 손 든 금 값 국제시세 온스 당 3백 불 이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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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금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그것도 80년 초 이후 지금까지 줄곧 국제·국내 시장할 것 없이-.국제·국내시세 모두 80년 초에 비하면 거의 절반수준에 와있다. 앞으로의 금값도 상당한기간 약세를 면치 못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심지어 런던과 뉴욕의 금시장에서는 금값이 3백 달러 선을 깨고 2백50 달러까지 내려가리라는 예측까지 나올 정도다. 70년대 전반을 통틀어 금은 꾸준히 값이 올랐다. 특히 78년 이후 흥청거리는 활황을 타고 숨가쁘게 비탈을 오른 금값은 80년대에 들어서면서 국제적으로는 이란의 미 인질사건,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의 사태가 벌어지고 국내에서는 정권교체에 따른 불안이 고조되자 런던시장의 금 시세는 온스 당 6백40달러, 국내 금 도매시세는 돈 쭝 당 6만 원대를 넘어서 사상 최고시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때부터 차차 나타나기 시작한 불경기의 조짐이 이후 줄곧 금값을 끌어내렸다.
즉 국내 금 도매시세는 80년 l월의 돈 쭝 당 6만원 선에서 차차 식기 시작해 80년 9윌 단 한번 5만 원대를 넘어선 것을 제외하곤 계속 4만원 대에서 이렇다할 반전도 없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매달 평균3백30원 꼴로 꾸준히 값이 떨어진 국내 금값은 올 들어 간신히 지키고 있던 4만원 대에서도 밀려나 지난3월 앤 처음으로 3만9천 원 선을 기록하더니 요즈음엔 도매 3만7천 원, 소매 3만9천∼4만원 수준까지 와있다.
80년 1월의 시세에 비하면 돈쭝 당 무려 2만3천 원이나 값이 내린 셈이다.
런던의 국제 금 시세도 맥을 못 추고 있다. 80년 l,2월의 온스 당 6백40달러선 직후 곧 바로 5백10 달러까지 떨어져 1백 달러 이상의 큰 낙차를 보이더니 이란·이라크 전쟁이 중동정세의 불안을 가져왔던 80년 9윌 단 한번 6백70달러까지 치솟은 후론 또다시 하락, 81년 2월 5백 달러 선이 무너졌고 이어 지난 연말에는 4백 달러 선을 지나쳐 요즘에는 3백20달러 선을 서성대고 있어 급기야는 3백 달러 선도 곧 무너지리라는 예측까지 나올 정도가 됐다.
이처럼 국제·국내 시장에서 금값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 것은 모두 심각한 불경기에 그 원인이 있다.
국제 금시장의 전문가들은 80년대 들어서 금값 하락의 주원인이 ▲레이건 행정부의 고금리정책이 달러자산선호를 높여 투기자금이 금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고▲원유가 하락으로 수지에 쪼들린 중간 각국이 보유하고 있던 금을 쏠쏠히 내다 팔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이들 모두가 세계적인 장기불황이 남은 현상들이다.
게다가 지난해 농사를 망친 소련이 대 서방무역수지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지난해 줄잡아 2백∼3백 t의 금을 방매, 27억∼40억 달러를 보충 한 것이 또한 금 시세를 끌어내리는데 큰 몫을 했다. 최근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들어서도 소련이 약80t의 금을 내다 판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불경기에 쪼들리기만 해온 가계가 금붙이를 사들이기는커녕 지난해봄부터. 장롱 특히 종래 시중 금값은 입학 철이 되면 학자금 마련을 위한 고금출회로 다소 값이 내리고 결혼시즌에는 패물장만으로 인해 값이 오르는 것이 상례였으나 지난해부터는 아예 이 같은 계절적인 패턴까지 무시한 채 다달이 값이 내려왔다.
이처럼 사들이는 금보다 내다 파는 금이 많으니 금값이 내려간다는 사실은 쉽게 추논 할 수가 있지만 정작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얼마나 많은 금이 공급되고 또 얼마만큼의 금이 소비되는지를 정확히 알 길은 없다.
금 거래의 대부분이 세원으로 잡히지 않는 지하 경제 속에 깊숙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동자부의 통계에 의하면 지난 한해 국내에서 생산된 금은 모두l천3백46t 으로 잡혀있다. 이중 장항과 일산의 제련소에서 동·연등의 제련과정의 부산물로 나온 것이1천1백67kg으로 거의 대부분이고 전국의 41개 금광에서 자가 제련으로 산출된 금이 나머지1천79kg인 것으로 돼있다.
이밖에 전자공업용·치과합금용 등으로 합법적인 관세를 물고 수입된 것이 관세청 통계로는 모두 7백96kg이니 결국 지난해 국내 시장에 공급된 금은 모두 2천1백42kg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이 수치 안에는 시중의 각 금은상들에 내다 파는 고금과 전국의 금종에서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직접 금 도매 상인들과 거래하는 신금, 더우기 최근의 34만 달러 사건처럼 밀수되는 금들은 전혀 잡혀 있지 않다.·
상인들의 추정으로는 고금 출 회만도 한해 약 2천∼3천금이라고들 하니 나머지 지하경제 안에 묻혀있는 금까지 모두 합하면 한해에 줄잡아 5톤 이상의 금이 제 각 기의 통로를 통해 시중에 나오는 셈이 된다. 동자부관계자도 각 금광에서 세금을 물고 산출해내는 금보다 음성적으로 상인들이 직접 금광을 찾아다니며 사들이는 금의 양이 더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이 많은 금이 제대로 팔리지 앓고 있다는 것은 매주 제련금을 공보하고 있는 한국광업제련 측의 금 공매가를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연초만 해도 광업제련 측은 9당 1만원 선에 금을 공급했었다. 그러나 요즘엔 V당 8천4백원 선까지 공매가가 내려갔고 그나마 유찰 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팔리지 앓는 금괴를 소화하기 위해 처음으로 뉴욕 금시장에 3백87씨의 금을 수출하기도 했으나 올해에는 국제 금 시세도 많이 떨어져있는 상태라 . 광업제련 측은 수출도 중단하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저금가 속에서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도 대규모 금 밀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국내에 장 여인 같은 사람이 아직도 많다는 이야기도 되지만 근본적으로는 국내 금값이 아직도 국제시세보다 온스 당 50달러 이상이나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국내 금 생산량이 보잘것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금의 국내시세는 국제시세의 오르내림과 커브를 같이하면서도 일보유고가 적운 마당에 수출입을 터놓는다는 것은 생각 할 수도 없는 일이므로 오직 눈을 밝혀 뜨고 밀수를 막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김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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