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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방병|찬바람에 직접 닿으면 나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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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예년에 비해 더위가 일찍 찾아옴에 따라 각 사무실의 에어컨이 가동을 시작했다.
생활여건의 향상으로 여름을 식히는 에어컨이나 룸쿨러시설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에 비해 냉방병이라는 샐러리맨의 문화병이 새로운 문제가 되고있다.
냉방병은 의학적으로 독립된 병명은 아니다. 의학사전에도 없는 그저 말 만들기 좋아하는 일본사람들이 지어낸 병명에 불과하다.
월요병·춘곤증 등과 마찬가지의 복합된 증세, 즉 증후군의 하나에 불과한 병 아닌 병이다.
고려병원의 이상종 박사(내과)는 냉방병의 정의를 『10도 이상의 실내외 온도차이가 있을 때 체온조절중추에 영향을 주어 체온조절의 불균형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혈관운동신경이 영향을 받아 혈관이 수축되고 혈류가 즐어들며 혈액순환이 덜 되기 때문에 근육기능의 장애 등 갖가지 증세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소개한다.
우리 몸은 웬만한 환경변화에는 적응할 수 있도록 되어있으나 계절의 변화에 천천히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냉방시설로 인한 급격한 기온차에 접하게되면 적응치 못해 냉방병을 일으키게 된다.
우리 몸에서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일을 맡는 것은 자율신경. 그중에서도 부교감신경이 체온조절을 담당하고 있는데 땀의 배출, 혈관의 수축 등에 의해 체온을 조절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능이 있더라도 온도변화에 대한 조절능력은 섭씨5∼10도 차이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5∼10도의 온도차이가 날 때도 너무 급격히 변화하면 생리적 변화를 강요당하고 이를 이겨내지 못함으로써 신체적 균형이 깨져 몸의 이상을 초래하게된다.
즉 인체의 체온조절 메커니즘에 이상이 생겨 자율신경의 변조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바로 냉방병이라 할 수 있다.
냉방병으로 인한 몸의 이상은 우선 몸 속의 산소부족으로 인한 근육통이다. 서울대의대 고창순 교수(내과)는 어깨와 허리·팔·다리가 쑤시며 온몸이 나른해지고 또 정신적인 피로감을 느끼게되어 원기가 없고 사람이 나태해진다고 말한다.
또 코와 목구멍이 시큰시큰하고 근질거리며 열이 나고 목이 뻣뻣해지는 등 감기나 초가을에 흔히 있는 기관지염·후두염·편도선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이 박사는 또 하반신을 비롯한 등줄기에 냉감을 느끼게 되며 위장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한다. 위의 연동운동이 잘 안돼 소화불량·복통을 초래하며 두통·현깃증이 있고 괜히 짜증을 내는 경우도 더러 있다는 것이다.
냉방병의 특징의 하나는 냉방된 실내에 있을 때는 이같은 이상을 잘 느끼지 못하다가 일단 외부에 나가게되면 이같은 증세가 몸에 와닿게 된다. 특히 퇴근후 집에 돌아가 쉴 때에 많이 느끼게돼 간혹 엉뚱한 다른 질병으로 오인하는 수도 있다는 것이 이 박사의 설명이다.
냉방장치를 많이 쓰는 선진국에서 냉방병이 별로 거론되지 않는 이유는 사무실이나 자동차·가정이 모두 냉방장치가 잘 되어있어 어디를 가나 기온차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냉방병을 예방하는 방법은 그러한 급격한 실내외온도에 맨살을 자주 노출시키지 않는 도리밖에 없다.
우선 실내온도를 외기에 비해 너무 차지 않게 해야한다. 일반적으로 섭씨5∼10도 이상의 차이가 나지 않도록 온도조절을 잘하고 더운 데서 찬 데로, 찬 데서 더운 데로 자주 이동을 하지 않으며 찬바람이 직접 피부에 닿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요령이다.
또 몸을 자주 움직여 혈액순환을 돕게 하고, 특히 여성의 경우는 몸이 차짐으로 해서 생리장애나 냉증·두통이 많으므로 개인적으로 보온을 잘 해야한다. 찬 사무실에서는 어깨부분이나 허벅지가 냉기에 닿지 않도록 얇은 겉옷을 걸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어린이나 노약자의 경우도 냉방에 오래 있는 것은 좋지 못하다.
특히 동맥경화증·고혈압·신경통·당뇨병·신장염·결핵 등의 만성소모성 질환을 갖고있어 허약체질인 사람도 냉방병으로 몸을 악화시키는 일이 많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이밖에 피부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과냉방시키지 말고 환기와 습도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자동냉방기 뿐 아니라 선풍기의 경우도 사용상 조심을 요한다. 가까운 곳에서 너무 강한 바람을 직접 쐬게되면 바람이 닿는 부분쪽 표피온도가 내려가 말초혈관을 수축시키게 된다.
흔히 선풍기롤 켜놓고 자다 질식사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좁고 밀폐된 방에서 선풍기를 켠 채 잠을 자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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