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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존대어'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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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 검찰과 경찰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존대어를 쓰도록 된 관련 규정이 있는데도 일방적으로 구속영장 신청서류에 존대어를 쓰지 않자 검찰이 이를 문제삼아 영장을 경찰에 되돌려 보내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대구 달서경찰서는 15일 오후 대구지검에 강도상해 사건 관련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서류에 '~일까지 유효한 구속영장 청구 바람'이라고 적었다. 이는 지난달 15일 경찰청이 일선에 내린 '관행적 수사용어 개선' 지시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16일 오전 1시 '영장 양식 수정'을 요구하며 관련 서류를 경찰로 되돌려 보냈다. 영장에 적힌 '바람'이라는 평어체를 문제삼은 것이다.

당직검사였던 박모 검사는 "공문서는 규정에 따라 써야 하는데 한 곳이라도 틀리면 곤란한 것 아니냐"며 "공문서에 존대어를 쓰는 것은 상대 기관에 대한 기본 예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구지검 김영한 2차장 검사는 "앞으로 관련 규정에 어긋나는 표현을 쓴 서류는 모두 반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법무부령에 의한 '사법경찰관리 집무규칙'은 경찰이 영장을 신청할 때 '~일까지 유효한 구속영장의 발부를 청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로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의 지적을 받은 경찰은 문제가 된 '바람'을 '바랍니다'로 고쳐 16일 구속영장을 재신청했고, 검찰은 이를 법원에 청구해 16일 강도상해 피의자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영장 신청서류를 작성했던 경찰관은 "기존의 과도한 존대어를 평어체로 바꿔 쓰라는 경찰청 지시에 따라 '바람'으로 썼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경찰청은 각 지방경찰청에 '기소하심이 옳다고 생각됩니다'를 '기소 의견임'으로, '~의견으로 송치코자 하오니 지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를 '송치 의견임'으로, '긴급체포하였기에 승인하심이 옳다고 생각됩니다'를 '긴급체포함'으로, '사건 이송함이 옳다고 생각되니 허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를 '사건 이송 의견임'으로 바꾸도록 지시했다.

대구=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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