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심야 촬영장서 만난 김선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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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를 만난다는 것은, 조금 과장하자면, '하늘 위의 별을 따는 것'과 비슷하다.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쁘다는 '내 이름은 김삼순'의 히로인 김선아(30)를 인터뷰하기란 그랬다. 막바지 밤샘 촬영을 하는 스케줄 탓에 휴대전화를 들고 매니저·스태프와 50여 차례 통화를 해야 했다. 마치 숨바꼭질을 하듯, 아니 간첩 접선을 하듯 어렵사리 연결돼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19일 밤 10시 무렵, 경기도 양주군 MBC오픈 세트장에서였다. 푹 꺼진 두 눈, 강행군에 지친 얼굴을 보자 원망을 하기도 어려웠다.

"죄송해요. 그래도 저 열흘 넘게 하루에 2시간 이상 잔 적 없어요."

실제로 보니 TV에서처럼 뚱뚱하지도 펑퍼짐해 보이지도 않았다. "어쩜, 이렇게 날씬할 수가 있어요." "엥? 저 무진장 살찐 거에요. 4개월 전만 해도 훅 불면 날아갈 정도였는데. 옷으로 가려서 눈치 못 채시는 거에요." 날씬하다는 말에 누군들 기분이 나쁘랴. 인터뷰를 시작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눈이 반짝였다.

-사람들이 왜 김삼순에 열광할까요?

"공감대죠. 그 또래 여자들은 다 내 얘기라고 할 거에요. 포인트는 디테일이죠. 별것 아닌 듯 하지만 머리띠를 잘 때 그냥 팔에 두르는 모습, 이런 게 리얼리티 아닐까요."

-김삼순은 어떤 인물인가요.

"자신한테 솔직하죠. 감정이든 욕망이든 간에. 그 힘으로 남들에게도 당당할 수 있는 거구요."

-인간 김선아는 드라마 속 삼순과 비슷한가요.

"필 꽂히면 끝까지 가는 건 똑같아요. 내숭 떨지 않고 털털한 것도. 다만 전 삼순이처럼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진 않아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배운 거라고 할까. 좋게 보면 절제지만 어찌 보면 소심한 것일 수도 있고."

인터뷰 도중 탤런트 김민종씨가 옆을 지나갔다. "오빠, 오랜만이야"라며 그녀는 포옹을 하고 반가워했다. "오빠랑 있는 거 사진 찍어서 신문에 내 주세요. 삼순이 다음 드라마예요. 홍보해야지." 과장되지 않은 배려, 괜한 인사말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문득 그녀가 주연한 영화 '위대한 유산'을 찍었던 오상훈 감독의 말이 떠올랐다. "처음엔 김선아를 보고 '평소 행동처럼 연기도 참 자연스럽네'라고 생각했다. 그저 순발력이라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다. 치밀하게 계산된 자연스러움을 표현할 줄 아는 '영리한 노력파'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물론 한라산이죠. 왕복 10시간을 걸었어요. 올라가면서 감독님 욕 엄청 했죠. 실제 화면에 나온 건 1분이나 될까. 바람이 너무 불어서 도저히 찍을 수가 없었어요. 전 버스트샷으로 상반신만 나왔는데 그때 제 다리를 세 명이 잡고 있었죠. 앞으론 뭘 연기해도 한라산 떠올리며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에 이어 드라마까지 '코믹 연기'로만 고착되는 건 아닐까요.

"김삼순이 웃기기만 했나요. 매회 전 울지 않은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삼순인 패스트푸드가 아닌 된장찌개 같은 사람이에요. 우리네 삶이 웃음과 눈물로 뒤엉킨 것처럼 이 드라마도 '로맨틱 코미디'로만 한정시킬 순 없다고 봐요."

곧바로 촬영이었다. 또 밤샘이란다. 말미에 "망가지지 않는 예쁜 역할도 하고 싶지 않냐"고 물었다. "어딜 망가져요. 저도 마스카라 뒤범벅으로 운 적 많은데. 제가 보기엔 삼순이 지극히 평범해요." 짧은 인터뷰였지만 드라마 '김삼순'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보다 '배우 김선아'는 훨씬 오래 갈 듯 싶었다.

글=최민우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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