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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씨의 시 『대설주의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이 달의 시 중에는 최승호씨의 『대설주의보』(「세계의 문학」여름호), 김정환씨의 『이태원에서』(우리세대의 문학), 최승자씨의 『l97×년도의 우리들의 사랑』(우리세대의 문학), 김창완씨의 『콩밭』(「마당」6월호)등이 평론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최승호씨의 『대설주의보』는 위기적 상황과 단절, 그 속에서의 고립에 대한 경고를 담고있다.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쬐그마한 숯덩이만한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이 귀절 속에 큰 눈과 그 위협 속에 방황하는 굴뚝새의 대비가 뚜렷해지며 굴뚝새의 절망적인 몸부림이 보인다.
「길 잃고 굶주리는 산짐승 있을 듯/눈더미의 무게로 소나무 가지 부러질 듯/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차갑고 얼어붙는 것, 생명없는 어떤 강한 힘에 의해 파괴되고 고립되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 귀절은 시 전체 속에 강렬하게 드러나면서 위기에 대한 예보, 나아가서는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힘의 필요성을 말해준다.
김정환씨의 『이태원에서』는 「거리를 흘러가는 숱한 외국인과 양공주」로 표현한 이 거리에서 시인이 느끼는 슬픔을 말하고자 한다. 그러나 슬픔을 말하면서도 비애나 패배주의에 빠지지 않고 나약하지 않겠다는 것이 「난 슬퍼할 수만은 없었다/이토록 처절하고 찬란한 목숨의 우굴거림 앞에서」 「그리고 흐려진 내 시야의 차창 속에서/덜컹거림이 덜컹거림을 으스러져라 껴안고 있었다」등에서 보인다. 이 시는 거시적 시각을 가지면서도 섬세함을 잃지 않았고 「우글거림」같은 표현은 적절하다는 평이다.
최승자씨의 『197×년도의 우리들의 사랑』은 그의 사랑이 「우리」라는 차원으로 옮겨옴을 보여준다.
70년대의 회상을 근간으로 한 「고뇌의 사랑법」인 이 시는 「제대하여 복학한 늙은 학생들은 아무 여자하고나 장가가버리고 사학년 계집아이들은 아무 남자하고나 약혼해 버리고 착한 아이들은 알맞은 향기를 내뿜으며 시들어 갔다」로써 사회풍자적이고 또 개인적 차원이 아닌 확산을 시도했다.,
김창완의 『콩밭』은 이 시인의 본령인 「고향-어머니」와 「치열한 삶의 방법에 대한 모색」이 조화를 이루어 농촌적 감수성과 그 바탕위에 삶이 그려진다.

<도움말 주신 분="조남현·김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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