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얕봤다간 후회해요" - 여대생들에 무도 붐…호신·미용 일석이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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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얏!』 짧은 금속성 기합과 함께 바람을 가르는 양발차기가 매섭다.
검은 띠를 두른 도복차림으로 교정에서 태권도연습에 여념이 없는 여대생들.
『여자라고 깔보다가 후회하지 마세요. 이제 무도(무도)는 남성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랍니다.』
최근 들어 남성에게 도전이라도 하듯 태권도·유도·검도 등 호신무술을 익히는 젊은 여성들이 부쩍 늘고있다.
개인적으로 도장을 찾는 경우가 늘자 일부 여자대학에서는 교양체육시간에 태권도·유도를 정식 교육과목으로 채택하는가 하면 학생서클로서의 무도부가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태권도의 경우 이미 한국여자태권도협회까지 생겨 유단자회원만도 1천여명에 이르고 중·고·대학·일반부 등 여성들만의 시합도 열리고 있다.
유도의 경우도 2, 3단급이 4∼5명이나 된다.
이들은 단순한 호기심이나 어릴 때 오빠를 따라다니다 무드를 익힌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미용을 위하거나 ▲치한퇴치를 위한 호신술로 ▲또는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을 고쳐보다 적극적인 생활태도를 갖기 위해 무도를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다.

<태권도>
이화여대·동덕여대·경희대 등에 여자태권도부가 생겨 활동이 활발하다.
이대의 경우 부원은 모두 30명. 외부에서 남자코치를 초빙해 1주일에 4일, 하루1∼2시간씩 연습한다.
아무래도 남자들보다 실력향상이 늦게 마련이지만 열심히 하면 2년안에 유단자를 상징하는 검은 띠를 두를 수 있고 졸업할 때쯤엔 2∼3단까지 딸 수 있다는 것.
굳은살이 생길까봐 남자들처럼 정권(주먹)단련은 생략하고 정확한 자세와 날렵한 기술만을 익히지만 순간적으로 끊어 치는 수도의 위력은 만만치 않다.
기왓장 10장 정도를 단번에 격파할 수 있는 유단자만 75년 태권도부가 발족한 이래 50여명이나 배출됐고 현재도 9명이나 된다.
치한들이 이들에게 잘못 치근덕거렸다간 큰 망신을 당하기 일쑤. 2단 승단신청을 내고 훈련중이라는 김동련양(21·체육학과3년)은 『밤길에 갑자기 뒤에서 끌어안으려는 치한을 양 팔꿈치 치기로 쓰러뜨리는 등 태권도 덕을 여러번 봤다』면서 여자호신술로는 최고라고 했다.
김양은 남자친구도 태권도유단자이기 때문에 가끔 도장에서 대련으로 데이트를 대신하기도 한다는 것.
5년 경력의 2단 이화정양(23·대학원1년)은 『여유와 침착성을 갖게됐고 모든 일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생활자세도 얻었다』고 했다.
이들은 『와일드해지지 않느냐』는 주위의 놀림에 크게 신경을 써 임미라양(19·국악과1년)은 음악감상·미술감상 등으로 『더욱 여성다와지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지도교수 임미자 교수(여·운동생리학)는 『균형있는 몸매를 유지할 수 있고 호신으로도 쓸 수 있어 태권도를 다른 여학생들에게도 권장하고 싶다』고 했다.

<유도부>
서울여자대학교 유도부는 10년 전통을 자랑한다.
초단정도의 실력이 있는 선배가 1백여명에 이르며 현재의원은 20여명. 교내축제는 물론 성균관대 축제 때는 원정까지 해 남학생들과의 대련시범을 보여줬다.
교내에 50여평의 유도실까지 갖추고있으며 평소 때는 1주일에 1∼2일, 특별훈련기간엔 매일 연습을 한다.
낙법부터 배우는 첫1주일이 가장 힘들어 이때 많은 신청자가 스스로 탈락하고 만다는 것. 『철퍼덕』소리를 내며 1주일동안 내던져지면 계단조차 못 오를 정도로 다리와 온몸이 아파 게걸음을 걷게 된다.
유도부장 김성미양(21·경영학과3년)은 『미용과 호신술을 동시에 이룰 수 있어 유도야말로 일석이조』이라고 했다.
초단실력이라는 김양은 또 스트레스 해소책으로도 유도가 활용된다며 『유도로 몸을 풀고 코피 한잔하며 음악을 듣는 기분은 만점』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열거하는 치한퇴치법은 다양하다. 악수할 때의 손목꺾기·관절꺾기·어깨로 업어치기, 뒤에서 어깨를 잡혔을 때는 밧다리 후리기, 멱살을 잡혔을 때는 배대대치기, 앞에서 끌어안았을 땐 허리업어치기 등.

<검도>
세종대의 경우 여자검도부원이 현재 10여명. 남자부원과 함께 죽도(죽도)를 휘두른다.
1주에 2∼3일씩 모여 기술은 물론 검도만의 특수한 예절 등 그야말로 도를 배우고 닦는다.
찌는 더위속에서도 요란하고 무거운 도복을 모두 갖추고 죽도에 눈을 모으며 뱃속으로부터의 기합을 내지르다보면 처음엔 10분도 견디기 힘들다.
2년째 죽도를 잡았다는 표미애양(21·체육과2년)은 『이제는 1시간쯤 버티는 것은 문제없다』며 『호신술이라기보다 정신력 배양, 우아한 예절이 검도의 본질인 것 같다』고 했다.
처음 입문했다는 권지희양(20·체육과1년) 은 『훈련을 받고 나면 온몸이 뻐근하고 견디기 힘들지만 미용에 좋을 것 같아 참아낸다』고 했다. 권양은 친구들과 식사를 하다 무심결에 젓가락으로 연습폼을 잡아 놀림을 받기도 한다는 것.
표양 등은 『검도야말로 여성운동』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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