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호암미술관의 조각초대전에 붙여 - 한국전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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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마침내 헨리·무어 초대전(조각 52점, 드로잉 24점, 판화 60점)이 7월1일부터 8월15일까지 호암미술관에서 열리게 되었다.
앞머리에 「마침내」를 강조한 것은 금세기 최대의 영국조각가 헨리·무어답게 그의 대규모 작품전이 한국을 제외한 세계 여러 나라들의 미술관· 전시장에서 이미 1백회 이상 개최되어 왔기 때문이며 그동안 한국측에서도 공식·비공식의 외교적·문화적 경로를 통해 접촉했으나 성사하지 못한 한국전시회를 뜻밖에도 한 문화재단과 사실 미술관의 열의와 노력으로 단독 초대전 개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헨리·무어의 한국전 자체가 이미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계에서 하나의 사건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 한국전시회와 거의 때를 같이 하여 무어 작품전을 개최할 이탈리아·이스라엘·멕시코·스위스 및 영국 현지미술계·문화계 및 외교계 관계자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새로와졌음은 물론, 지난해 대규모 헨리·무어 작품전을 연 스페인·포르투갈 두 나라 및 멀리는 관례에 따라 향후 3년 또는 6년을 더 기다려 무어 작품전을 열고자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 미국·캐나다·서독·일본·중공 등 여러 나라의 미술문화교류 관계관들은 사실상 아시아최초·최대의 본격적인 헨리·무어 작품전을 주최한 한국의 저력에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헨리·무어 자신의 한국관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온 것은 주목할 만하다. 즉, 지난해 9월 중순 호암미술관 개관기념전으로 헨리·무어 작품초대전 개최의 뜻을 처음 비쳤을 때 헨리·무어 옹은 『한국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어 세계지도를 펴놓고 설명을 해야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작가 스스로 한국을 자기 작품들을 놓고 볼, 일찌기 경험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자연적·문화적 환경의 신비로운 나라로 동경하고 이번 한국 작품전에 큰 기대와 보람을 느끼고있을 만큼 한국에 대한 이해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는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 현장(한국)에 직접 가보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못내 안타까와하면서 줄지은 방문객들에게 한국을 세계의 다른 끝에 있는 오랜 전통과 아름다운 예술의 나라라고 자랑하는 모습은 주목할 만 하다.
올해 84세(1898년7월30일생)인 헨리·무어의 예술은 그 인생의 성숙과 더불어 현대미술의 전개에 불멸의 자취를 남겼고, 지금도 하루 10시간의 창작작업을 엄수하는 왕성한 작품활동을 통해 그 예술의 독창성과 다양성이 회화의 피카소에 비교되는 현대미술의 거인이다.
그러나 피카소의 악마적 세계관과는 달리 인간에 대한 사랑과 삶의 보람에 대한 확신,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외경에서 언제나 인간자체의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모습을 참조해왔고, 보다 조화로운 인간관계의 실현을 고취하기 위해 『모자상』 『가족상』등 믿음과 소망과 사람이 담긴 인간의 참모습을 창조하는데 전 생애를 바쳐 온 희망의 예술가이기 때문에 세계미술의 역사에서 미켈란젤로 이후 로댕이 있고 로댕 이후 헨리·무어가 있다고 자랑하기를 누구도 주저하지 않는 것이다.
유근준<서울대 미대교수·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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