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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바꾸니 10.1% … 체감 실업률 ‘한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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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중앙포토]

지난 2월 서울의 한 대학을 졸업한 김모(26)씨는 금융권 취직을 목표로 학교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한다. 이른바 ‘취업준비생’이다. 하지만 올해 신입사원 공채가 줄어 취업 전망이 어두워졌다. 그는 올해보다 내년에 대비하자는 심정으로 자격증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엔 김씨 같은 취업준비생 1만8200명이 몰렸다. 내년도 신입사원 채용 계획과 정보를 알기 위해서다. 누구보다 취업이 절실한 사람들이지만 이들 대부분은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직장에 원서를 내거나 시험을 치는 등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실업자를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했고 ▶일이 주어지면 즉시 일할 수 있지만 ▶지난 일주일간 일을 하지 않은 사람으로 규정한다. 이런 기준으로 지난달 집계된 실업률은 3.2%다. 이 숫자는 신입사원 채용이 많은 2월에 4%대로 올랐다가 나머지 달엔 3%대에서 안정되는 흐름을 보인다. 하지만 이런 통계는 극심한 청년실업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체감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서 이를 반영한 새로운 고용보조지표를 내놓았다. 기존 실업자에다 현재 일을 하고 있지만 추가 취업을 원하는 사람과 당장 일자리를 찾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는 잠재구직자를 조사했다. 실업자를 포함해 노동 욕구가 제대로 충족되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공식 명칭은 ‘고용보조지표3’이지만 ‘체감 실업률’이나 ‘실질 실업률’ 개념에 가깝다.

 처음 집계된 수치는 10.1%다. 지난달 공식 실업률의 세 배를 넘는다. 일을 하고 있거나 하기를 원하는 1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 정도는 제대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체 규모는 287만5000명에 이른다. 실업자가 85만8000명, 단시간 근로자(주당 36시간 미만)로서 더 일을 할 수 있고,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은 31만3000명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취업준비생처럼 당장 구직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구직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170만4000명이었다.

 공식 실업률과의 격차가 큰 것은 ‘취업을 희망하고 있지만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층은 대학진학률이 높은 데다 스펙 쌓기 등 취업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비경제활동인구에 머무는 비중이 크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하면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한국의 비경제활동인구는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많다. 지난해 15~29세 경제활동참가율은 4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58.7%에 미치지 못했다. 미국의 경우 64%였고 가까운 일본도 58.4%로 우리보다 높았다. 15~64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역시 55.6%로 OECD 평균(62.4%)보다 낮았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정책분석실장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실업률은 외국에 비해 항상 낮게 나온다. 외국과 달리 젊은 층이 졸업하고 바로 취업하지 않고 취업준비생이나 실질적 실업자들이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지표를 잘 활용하되 지나친 확대 해석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남 실장은 “새 지표가 나왔다고 해서 국제적 기준에 따라 산출한 기존 실업률 통계가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새 보조지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동향을 살피고 얼마나 유효한 것인지 분석을 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은 새 지표의 이름을 고용보조지표3으로 부르고 있으나 일반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적절한 공식 명칭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KDI) 인적자원정책연구부장은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고 규정하기 어려운 모호한 실업도 늘고 있어 다양한 고용보조지표가 필요하다. 새 지표를 잘 해석해 여기에 맞게 적절한 정책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원배 기자, 강병철 기자

통계청 ‘고용보조지표’ 첫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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