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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새 옷」갈아입을 상법개정 시안 |현실 안 맞는 조항 혁신적으로 수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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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기본법 가운데 「기형아」로 지적돼온 상법이 정형수술을 받게됐다.
상법이 제정된 것은 62년 1월20일. 법무부는 15일 이 법의 개정시안을 성안, 최종 정리단계에 들어감으로써 현행상법은 꼭 20년만에 새 체제로 탈바꿈하게 된 셈이다. 상법개정이 화급 (화급) 하다는 소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학계나 경제계에서 대두되었다. 그것은 법 체제가 어렸을 때 입힌 옷을 20년이 지나 어른이 되도록 그대로 두어 우스꽝스런 모양을 갖추었다는 것이었다.
즉 경제의 고도성장과 더불어 기업환경에 변화가 생겼고 이에 따라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 기업의 새로운 요구에 따르지 못하는 부분, 법 자체의 상호간의 문제 등이 노출된 것이다.
개정시안은 전문 l백20개조에 걸쳐 지금까지 노출됐던 비현실적 문제점들을 고루 수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광범위하고 혁신적인 부분이 「회사 편」. 그 만큼 회사편의 규정개정이 가장 필요했고 또 절실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각계의 의견을 종합, 상법개정의 의미를 풀어본다.

<개정의 이유와 목적>
상법의 최대이념인 부실기업의 방지와 건전 기업의 육성이란 양면이 회사법개정의 이유다.
부실기업으로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주식회사. 우리 나라의 주식회사기업형태는 대부분 소규모 또는 가족적 폐쇄기업으로 사원의 유한책임 특전과 사회적 신용획득·세법상의 특전을 노려 남용되어온 것은 사실이다.
우리사회에 있어서 『기업은 망해도 기업인은 살찐다』는 비난의 대상이 되어온 것도 이들 주식회사였다.
왜냐하면 현행 주식회사 법제가 「최저자본액」을 법정 화하지 않아 몇 백만 원으로도 주식회사를 차려 각종 특전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시안은 바로 이점을 중요시하여 자본구성문제로서 최저자본액을 「2천만 원 이상」으로 신설했다(제 329조 l항). 물론 3년간의 경과기간을 두었지만 당장 이 조합을 적용할 경우 해산해야 할 주식회사는 7천8백 개로 전체 주식회사 수의 38%를 점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주식회사들이 간판뿐인 빈 껍데기인가를 입증하는 통계다.

<휴면회사 정리>
현행법상 주식회사는 매년 변경등기를 해야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몇 년이 지나도 등기의무를 해태(해태)하는 이른바 잠자는 회사들이 상당수 있다.
이들 잠자는 회사들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발생하는 폐단은 건전한 기업에 대해 상호선정(상호선정)의 자유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즉 이들 부실기업자들 때문에 동일 특별시·시·음·면에서 갖고 싶은 상호를 빼앗기고 실제로 부실기업의 상호가 고가로 흥정되는 부조리를 낳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상습범죄자에게 회사명의를 빌려주어 합법적인 위조서류를 발행케 하고 등기업무의 양적 부담만 주는 폐단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개정시안(제 520조의 2항)은 5년마다 법무부장관이 공고하고 2월내 신고치 않을 경우 해산한 것으로 본다는 신설규정을 둔 것이다.
이제도의 입법 예는 일본상법. 「휴면」이란 용어는 일본등기소의「휴면등기부」에서 유래된 것으로 일본상법은 이 등기부에 기재된 회사를「휴면회사」라고 부르고 있다.
70년 통계에 따르면 일본은 90여만 개 사의 20%에 해당하는 18만3천4백22 개 사가 이에 해당하며 우리 나라는 20%선을 훨씬 넘으리라는 게 법무부의 추산이다.

<종이호랑이는 옛말>
주식회사의 감사(감사)를「종이호랑이」라고 했다. 그것은 현행법이 감사의 기능을 분식결산(분식결산)인 회계감사에만 국한시켰기 때문이다.
상법상 회계감사를 강화하려면 먼저 감사지위의 독립성을 부여하고 업무감사까지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상법(제274조)이나 독일 주식 법 (제111조) 프랑스상사회사법 (제128조) 이 이미 도입하고 있다. 그것은 감사가 이사와 대표이사와의 사이에 독립된 지위로 건전한 기업운영의 감시자라는 개념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개정법도 업무감사 권을 부여하고 임기를 연장(1년에서 2년)하며 정기총회 2주전에 제출하는 계산서류를 7주전으로 하는 등 감사의 권한을 강화하는 10개 조항을 삽입하고 있다. 명목상의 파수꾼으로 「종이호랑이」였던 감사시대는 끝난다고 보아야겠다.

<코페르니쿠스 적 전회>
현행상법은 수권자본제도 (수권자본제도)와 이사회중심주의를 도입, 자금조달의 기동성을 꾀하고 있다. 62년 제정당시 이 수권 자본제도 신설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지동설)만큼이나 획기적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기업풍토는 순수한 수권자본 제를 몸에 익히지 못해 자본조달의 탄력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즉 앞으로 발행할 주식의 총액이 이미 발행한 주식의 2배로 묶여있다 (상법 제283조2항). 이는 2차대전 후 수권자본 제를 도입한 스위스의 5배, 일본의 4배에 비해 훨씬 덜어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학자들은 우리 상법의 기본이념이 채권자보호주의로 일관되어 왔기 때문라고 지적한다.60년대 이후 경제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함에 따라 기업도 자금의 대량수요에 직면했고 우리 상법의 채권자보호주의가 이와 같은 기업요구의 장애가 되었다는 분석이다.
이번 개정안이 주식발행 총수비율을 4배로 늘리고 (제437조)사채발행 한도를 재산 액의 2배까지 허용(제470조)하며 회사이익의 사내유보 (사내유보)제도로 주식을 통한 이익배당 제(제462조의2)신설 등은 바로 확고한 수권자본 제와 이사회 중심주의라는 신 코폐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자보호>
투자자나 사채(사채)권자 보호를 위한 획기적인 신설조항을 두고있다.
제355조2항의「주권부 발행제도」 이는 주주가 주권분실의 위험이나 천재지변 등에 대비해 주권을 갖고 있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할 경우 회사가 주권발행을 않은 채 권리를 인정하는 제도다.
또 하나는 주주총회의 배당결의가 있은 뒤 2개 월 안에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불하라는 명령규정 (제464조의 2). 이 조항은 현행법에 배당금 지급기일이 명문화 되어있지 않아 주총 결의가 끝난 뒤에도 기약 없이 배당금을 주지 않던 불이익을 없앤 결정적 주주보호조항이다.
넓은 의미로 보면 속칭「총회 꾼」에 대한 처벌규정신설(제634조의2)도 선의의 주주보호로 보아야겠다. 주총 때마다 철새처럼 회의장을 몰려다니던 총회 꾼들이 앞으로는 6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되었다.

<상법은 유행을 따라야>
법률은 사회의 실생활을 규제하는 사회규범이다, 따라서 사회의 규모와 생활 상태가 바뀌면 법률도 이에 따라 고쳐져지게 마련이다.
법률의 여러 부문 중 가장 빈번하게 개정되고 또 고쳐져야 하는 게 상법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래서 어떤 경제학자는 『상법은 유행을 따라야한다』는 표현을 쓴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제정12년 후인 74년 재무부의 개정건의안, 한국상사법학회의 개정의견서, 81년의 법무부 개정자체연구반 등이 생겼으나 법개정의 실현은 이제야 이루어진 것이다.
『법은 빠를수록 신선하다』는 말은 시대변천에 따른 상법개정의 적절한 타이밍을 두고 한 말인 것 같다.

<고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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