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의 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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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상을 껍질 벗고
내 우주에 앉아 보니
해종일 부대끼던
빠꼼한 하늘 끝에
별 빛도 여독을 풀며
등불처럼 졸고 있다.
동해의 수심만큼
깊어 가는 선악의 밤
잠 설친 산새 홀로
이 한밤을 뒤척이고
객창에 파노라마처럼
새삼스런 너의 모습.
정밀한 산의 호흡
수묵 빛 뚝뚝 듣고
한 마리 나비련가
나래 펴는 늬 목소리
나는 또 산토끼가 되어
두 귀를 쫑긋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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