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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대전 받아 가던 홍콩인 인 듯|34만 불 든 가방주인 누구일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미학 34만 달러. 이철희·장영자 부부가 해외에 도피했다는 40만 달러에서 6만 달러가 빠지는 거액이다.
한화로 계산하면 약 2억5천만 원이나 되는, 김포공항 세관 사상 최고의 외화유출 기도사건은 주인이 없다는 점에서 미스터리를 낳는다.
과연 해외재산 도피용이었을까 아니면 밀수와 관련된 것일까.
세관 관계자는 전자의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산 도피용으로 보기엔 너무도 허술한 점이 많기 때문.
재산 도피형은 책갈피나 물건 꾸러미에 여러 장 씩 분산해 대형 가방에 넣거나 가방 밑에 감춰 만일 검색 원이 가방을 열어 보아도 쉽게 눈에 띄지 않도록 감추는 것이 통상의례라는 것.
또 가방에서 발견된 홍콩 신문이나 옷가지 등은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한 위장 품으로 보기는 어렵다.
신문 종류가 1백40가지나 되는 홍콩 발행 일간지를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밀수사건의 베테랑 급인 세관원들은 외화가 든 가방의 주인이 한국사정에 익숙지 않은 홍콩 인일 것이라고 거의 일치하고 있다.
가방 속에 스티로폴 종이상자를 담고 가방 위 부분에 금속 물질이 섞인 미화를 다발로 감춘 점이나 조회에서 쉽게 나타나는 여행자 수표까지 가방 속에 넣는 등 허술한 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세관은 가방 주인이 X선 검사기에 미화를 감추지 않은 소형가방은 먼저 검사기 벨트에 올려놓았다가 개봉 검색을 않고 그대로 통과되는 것을 확인한 뒤 돈이 든 중형가방을 검색하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세관은 미화가 또 만3천 달러의 지폐와 8만7천 달러의 여행자 수표로 구분돼 있다는 점과 밀수목적으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주머니 8개가 붙은 흰색 조끼가 국산 마로 만든 점을 그 근거로 밀수자금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현금거래를 철칙으로 하는 밀수의 기본 원칙에서 볼 때 미화 지폐는 밀수대금이고 출처 조사가 가능한 여행자 수표는 수고 비 조로 볼 수 있다는 것.
또 조끼는 이제까지 히로뽕 밀수나 금괴 밀수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세관은 밝혔다.
한편 발견된 미화는 주인을 찾든 못 찾든 간에 국고에 환수된다.
가방 주인이 나타나 자신의 돈이 적법한 것임을 증명할 수 있다면 되찾을 수 있지만 액수로 보아 적법한 외화로 보기에는 어렵기 때문.
세관은 일단 가방 주인을「성명 미상 자」로 관세법 및 외환 관리법 위반혐의로 입건, 기소 중지 자로 처리하고 외화를 증거물로 압수했다. <엄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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