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던졌다' 올스타전, 옛 향수 자극 이벤트로 감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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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 올스타전에 출전한 선수들이 장종훈(위)을 헹가래치고 있다. [인천=연합]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벌어진 16일 인천 문학구장. 5-6으로 뒤진 서군이 9회 2사 1, 2루의 기회를 잡았다. 이때 장종훈(한화)이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다. 관중은 생애 마지막 타석을 향해 걸어 나오는 장종훈의 이름을 연호했다. 경기 전 공식 은퇴식에서 장종훈은 "눈물이 나오려는 걸 참았다"고 했다.

2001년 미국프로야구 올스타전, 21시즌을 뛴 칼 립켄 주니어(당시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20시즌의 토니 그윈(당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경기 도중 특별상을 받았다. 그리고 그날 립켄은 박찬호(당시 LA다저스)를 상대로 홈런을 터뜨린다. 2632경기 연속 출장 '야구 철인의 추억'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장종훈도 이날 공로패를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 타석에 섰다. 장종훈은 범타로 물러났지만 '연습생 출신 홈런왕 신화'는 프로야구를 지탱하는 추억이 됐다.

한국 야구 100주년인 올해 올스타전의 화두는 '추억'이었다. 식전 행사로 펼쳐진 '유니폼 패션쇼'에는 삼미 슈퍼스타즈, MBC 청룡, 해태 타이거즈 등 이미 사라진 옛 팀의 유니폼이 등장했다. 유니폼에는 장명부.김경기.박철순 등의 이름이 등번호와 함께 새겨져 있었다. 지켜보는 팬들도 선수.지도자도 향수에 젖어들었다. 시구도 특별했다. 인천 야구의 대부이자 삼미의 초대 감독이었던 박현식(76)씨가 주인공이었다.

야구의 추억은 전날인 15일 올드 스타전에서도 진하게 묻어나왔다. 왕년의 스타들이 수비에서는 관중의 웃음을 자아낸 실수를 연발했지만 마운드와 타석에서는 현역 선수가 놀랄 만한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140km의 강속구로 세 타자를 삼진으로 잡은 선동열 삼성 감독은 시계 태엽을 10여 년 뒤로 돌려놓았다. 홈런 레이스에 참가한 장종훈과 그의 도우미를 자청한 송진우(한화)도 '추억 팔기'에 동참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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