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가족끼리 배낭여행…고추장 빼놔도 이건 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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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가장 큰 기쁨은 짐 싸는 데 있다고 했던가. 이걸 입고 갈까, 저걸 가져갈까 궁리하는 그 자체가 행복이다. 간만에 정말 큰맘 먹고 온 가족이 함께 떠나는 해외여행이라면 기대는 더욱 클 터. 하지만 이것저것 챙기다 보면 짐만 늘어나고 정작 필요한 것은 빠뜨리는 일이 흔하다. 화가 사석원(45)씨가 해외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가족들에게 요령있게 짐 챙기는 방법을 들려주었다.

▶ 사진=안성식 기자

자, 여행짐을 꾸려 볼까나. 지천명으로 치닫는 나이인데 여행 취미는 날로 깊어가니 웬 조화일까?

먼저 목록을 작성해야 되겠지. 그래야 중요한 걸 빠뜨리거나 마구잡이로 짐을 싸지 않게 된다.

우선 여행가방 선택. 새로 장만해야 된다면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검증된 견고한 제품을 권하고 싶다. 색상과 모양은 가급적 눈에 확 띄는 특이한 것이 좋다. 가방 숫자는 최대한 줄이자. 이동시 집중력이 떨어진다. 나의 경우 큰 하드케이스 하나, 중간 크기 하나를 고수한다. 단, 부부용 배낭 2개를 두 가방에 각각 넣었다가 이동하며 사용한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은 뭘까. 물론 돈과 여권이다. 이걸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내가 추천하고 싶은 것은 복대다. 누가 봐도 알 정도로 아랫배가 툭 튀어나오는 것은 사양한다. 대신 바지속 팬티 위에 찰 수 있는 얇은 것이 있다. 공항 잡화점에서 1만5000원에서 3만원 정도에 판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돈.여권 잃어버리는 것보단 낫다. 지갑도 두세개로 나눠 돈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

안경 쓰는 분들은 여분을 준비하시길. 고도 근시인 나는 20년 전 스리랑카를 가는 도중 비행기 변기 안에 안경을 빠뜨렸다. 그땐 지금과 변기의 구조가 조금 달랐다. 승무원이 심각하게 말했다. "변기 안에다 손을 넣어 보세요." 어쩔 수 없이 손을 넣었지만 결국 못찾았다. 일생일대의 고통이었다. 여행은 나만의 생생한 다큐멘터리다. 기록하지 않으면 곧 잊어버린다. 아이들과 함께 가는 경우라면 작은 수첩과 필기구를 준비시키면 좋다. 그때그때 기록한 내용이 아이에겐 평생 추억이 된다. 내가 시시철철 아이들과 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여기 있다. 가족 공통의 추억이야말로 아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재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름철에는 덥다고 샌들만 신고 가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험한 길을 오래 걷기에 불편한 데다 안 어울리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편한 운동화를 권한다. 샌들 정도는 현지에서도 큰 부담없이 살 수 있다.

상비약이 뭐 필요하겠냐 한다면 큰일 날 말씀. 상비약이 없었더라면 인도에서 나는 큰일 치를 뻔했다. 설사약.해열제.멀미약.뿌리는 모기약은 필수! 동남아 등 더운 지역에서는 정전을 대비한 작은 손전등.모자.선크림,얇은 긴팔옷(에어컨이 너무 강하거나 저녁 때 서늘한 경우가 많다) 등이 긴요하다.

얇은 지퍼백을 몇 개 가져가면 꼭 필요한 때가 생긴다 .

현지인과 친교를 위해 색볼펜이나 열쇠고리 몇 개를 준비하면 뜻밖의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떠날 때엔 가방에 여유가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생수를 작은 것으로 몇 병 준비하면 편리하다. 보통 도착 첫 날이 밤인 경우가 많은데 물 구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큰 생수를 사서 나눠 사용할 때나 호텔에서 음료수를 제공하는 경우에도 작은 병은 쓸모가 많다.

외국어 못한다고 두툼한 회화책에 사전까지 갖고 가지는 마시길. 그들도 사람인지라 궁하면 통하게 마련이다.

특별히 야영할 것이 아니라면 컵라면이나 김치.햇반 등은 두고 가는 게 어떨까. 왜냐하면 여행이란 자기 정체성을 잊은 채 얼마간 살아 보는 데 묘미가 있기 때문이다. 회사일도, 길들여진 입맛도, 말과 글도 잊어 보는 것이야 말로 새로운 뭔가를 채우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

이제 서로의 행복한 마음 챙기기가 짐 꾸리기의 마무리다. 그것마저 끝났다고? 그럼 떠나야지. 어쩐지 평생 잊지못할 즐거운 여행이 될 것 같구먼.

사석원 (화가)

*** 사석원씨 가족은 …

익살스러운 붓글씨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사석원씨 가족은 여행가족이다. 지금 6학년인 큰딸 민경(12)이 생후 15개월 됐을 때 홍콩과 태국을 다녀온 것을 시작으로 일본.중국.동남아.유럽은 물론 북아프리카.실크로드.태평양 군도까지 주로 배낭여행을 통해 섭렵했다. 그 경비를 어떻게 다 댔느냐는 질문에 "돈이 있어야 여행을 떠나는 게 아니다. 여행을 가기 위해 돈을 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돈이 좀 생기면 먼 곳으로, 부족하면 가까운 곳으로 간다고 했다. "그래서 저축해 놓은 건 거의 없다"며 웃었다. 그는 가족이 공유하는 추억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재산이라고 믿고 있다.

*** 캠핑 갈 때 챙겨가면 고생 끝~

▶ 손전등·라디오 겸용 발전기

▶ 잘 안 젖고 잘 마르는 신발

▶ 잠금장치 달린 맥가이버칼

차에 텐트를 싣고 가족 여행을 떠나는 경우라 하더라도 짐이 많으면 골치거리다. 야외에서 꼭 필요한 여러 기능을 동시에 갖춘 장비를 소개한다.

◆ 셀프파워

손잡이를 돌릴 힘만 있다면 언제 어디에서나 전기를 만들 수 있는 자가발전기. 분당 130회 정도로 1분간 돌리면 손전등을 30분 켜놓을 수 있고 휴대전화 통화는 연속 2분이 가능하다. 손전등 기능이 기본으로 들어 있고 사이렌과 라디오, 방수기능을 겸한 것도 있다. 크기는 15cm 내외, 무게는 250g 안팎이다. ㈜이피루스(02-702-7110.www.ipirus.com)홈페이지나 월마트.까르푸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값은 3만3000~3만9800원.

◆ 워터슈즈 유러스

팀버랜드가 만든 방수신발. 운동화와 샌들의 장점을 함께 갖췄다. 아쿠아 슈즈에 흔한 발쏠림 현상을 최소화했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밑창 바닥을 파도 모양으로 만들었다. 신발 양쪽에 6개의 배수구가 있어 물에 들어갔다 나와도 물이 신속히 배출되고 건조도 빠르다. 12만8000~15만8000원. 코오롱스포츠(02-3677-7445.www.tbl73.com)가 수입 판매한다.

◆ 레더맨 차지 XTI

이른바 '맥가이버 칼'의 생활용 버전. 차지 XTI는 20여 가지의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모든 도구에 잠금 장치가 있어 안전하다. 드라이버도 8개 장착돼 있어 웬만한 너트는 손쉽게 열 수 있다. 접었을 때 10㎝, 펼쳐도 16㎝를 넘지 않으며 무게는 235g. 구입후 25년까지 무상으로 고쳐준다. 값은 제품에 따라 4만3000~23만원으로 다양하다. 문의 신명글로빅스(02-558-1818).

김세준 중앙 m&b 기획위원<sjkim@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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