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개성 다음달 부터 시범관광] 북한 관광 '골라 가는' 시대 열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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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16일 북한 원산에서 면담을 마친 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현대아산 육재희 상무, 북한 노동당 통일 전선부 임동옥 제1부부장, 현정은 회장, 김정일 위원장, 현대아산 김윤규 부회장, 현대상선 정지이(고 정몽헌 회장의 장녀) 과장. [연합]

1998년 금강산 관광에 이어 7년 만에 백두산.개성 등지로 관광지가 확대되면서 북한 관광이 다양화될 전망이다. 현대그룹은 금강산에 이어 백두산 등의 관광에 대한 독점권을 보장받음으로써 북한 관광 사업 분야에서는 당분간 독주를 계속하게 됐다.

현정은 회장은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서 백두산.개성 외에 내금강도 관광지로 개발할 수 있을지 답사해 보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내금강은 북한의 군사지역으로 그동안 접근이 불가능했던 곳이다. 현대아산 측은 내금강도 연내 관광지로 풀리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내금강이 열리면 이미 관광객 100만 명이 다녀온 금강산 관광에도 새로운 수요가 일어날 전망이다. 현대아산 측은 또 평양에 사무소를 두고 원산을 비롯해 북한의 주요 명승지 관광코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북한 관광도 골라가는 시대가 멀지 않은 것이다.

개성과 백두산이 우선 선정된 것은 관광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개성은 지난해 개성공단이 문을 열면서 도로망을 구축했다. 특히 수도권에서 1~2시간이면 개성에 도착할 수 있어 당일 관광이 가능하며 비용도 금강산 관광보다 싸 인기가 높을 것으로 현대아산 측은 기대하고 있다. 고려시대 왕도였던 만큼 선죽교.만월대, 고려왕릉 등 유적지가 많고, 개성 시외에 있는 박연폭포도 볼거리다.

백두산은 인근의 삼지연 공항이 비교적 잘 정비돼 있다고 현대아산 측은 밝혔다. 항공기를 이용할 경우 평양 순안공항에서 북한 국내선을 이용해 삼지연 공항으로 가야 한다. 평양에서 백두산까지 육로는 도로 시설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 보통 2박3일쯤 걸린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백두산은 김정일 위원장이 태어난 성지로 여겨지며 잘 관리돼 왔다"고 말했다. 동해선 철도, 도로, 장전항 접안 시설까지 건설해야 했던 금강산 관광사업보다 백두산이 훨씬 수월할 것이란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그동안 현대의 대북 사업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조성사업을 제외하곤 막연한 장밋빛 전망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백두산 관광 등에 대한 합의는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관광 대가가 얼마나 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대북 퍼주기 논란'이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현대아산 관계자는 "비용에 대한 얘기는 나누지 않았지만 금강산 관광 당시와는 달리 합리적인 선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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