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종교관계 서적이 잘 팔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최근 들어 종교관계 서적들이 많이 팔리고 있다. 도보문고·종로서적 등 대형서점의 통계에 따르면 종로서적은 문학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판매고를 나타내고 있다. 이같이 종교서적이 붐을 이루고 있는 것은 종교인의 수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원인이 있지만 그보다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우리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삶의 표면적인 모습보다는 궁극적인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종로서적의 판매량은 최근4∼5년 동안 꾸준히 증가해 온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종로서적의 경우 지난해 86만 권(도매포함)을 팔아 75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되고 있다.
교보문고에서도 지난해 개점이후 5월까지 총판매 부수 l백40만 부 중 11·5%인 16만3백60권을 종로서적이 차지했다.
이러한 증가추세는 종교인구의 증가에서도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 종교인구는 지난75년 12월 현재 2천6백719만 명이던 것이 82년 l월1일 현재 2천9백77만 명으로 3백50만 가까이 늘어나면서 전체인구의 77·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문공부 종교현황조사).
이같이 많이 팔리고 있는 종교서적 중 큰 부문은 역시 성서나 불교의 경전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책들은 종교인으로서 가져야 하는 책이며 종교인의 증가에 따른 자연적인 증가를 보이는 것이다. 이와 달리 관심을 끄는 것은 종교를 다룬 소설, 종교적 수상 집, 신앙체험이나 고백, 종교를 사회와의 연 관에서 본 것, 종교사상사 등의 서적에 대한 수요의 증가이다.
종교소설로는 이문열씨의『사람의 아들』, 김성동씨의『만다라』등 이 베스트셀러가 된데 이어 이청준씨의『낮은 데로 임하소서』가 장기간동안 베스트셀러의 상위권에 있다.
수상 집으로는 법정수상록『서 있는 사람』, 『부처님이 계신다면』(탄허)등과『영혼의자서전』(니코스·카찬카스키),『바보새』(함석헌), 『빛 속에서』(미루아·아야꼬)등 이 대표적이고 그 외에도 많은 수상집들이 꾸준히 팔리고 있다.
종교사상·종교와 사회를 다룬 책으로는『세계의 종교를』(휴스턴·스미드), 『민중종교운동사』(황선명), 『종교와 사회』(피터·버거), 『우주와 역사』(알리아데), 『종교학개론』 (황선명), 『종교와 폭력』(로버트·브라운), 『현대사회와 신』(피터·버거)등과 불교서적으로『불교의 사회사상』(여철구), 『현대사회와 불교』(편저), 『한국근대민중불교의 이념과 전개』(한종만), 『현대불교신서』(동국대역경원)등 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종교소설과 수상록은 인간의 근본적인 구원의 문제와이에 대한 명상의 결과로서 얻어진 글들이다. 인간의 근본적인 구원문제는 종교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로서 변함없이 이어져 온 역할이다.
이에 대해 종교와 사회와의 관계를 알아보는 것은 새롭게 야기되는 문제에 대한(예를 들면 산업사회의 구조적 모순·빈부의 차등)종교 측의 해답을 찾아보려는 것이다.
종교가 개인의 구원만이 아니라 사회·역사의 새로운 창조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도 항상 요구되어 온 것이며 이에 대한 주시가 종교인이나 비 종교인이거나 관계없이 현대사회에서 커지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개신교확대의 한 원인이 설명될 수 있으며 우리사회에 뿌리박아 온 불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것도 설명될 수 있다고 종교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종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종교서적이 많이 팔리는 것은 시대상황과 연결된다.
정진홍 교수(서울대종교학)는『분단상황에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종교에 의한 안정과 귀의에의 욕구가 항상 있어 왔다』면서『6·25, 4·4, 19·10, 26등 급격한 사회변화는 이러한 현장을 더 촉진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교수는 현실적 불안감의 해소, 자기 삶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의미부여를 종교에서 찾으려 하며 신자가 아니더라도 종교적인 세계에 대한 관심의 폭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
종교인구의 확산에 대해서정교수는 도시화·산업화에 의한 사회의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즉 농경사의에서 살아갈 때 느낄 수 있었던 혈연관계 등에 의한 소속감과 생활의 뿌리가 없어졌고 생업자체도 유동적이기 때문에 항상 떠도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며 종교 집단에 소속함으로써 이를 극복하려고 시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임재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