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홍준표 의원의 포퓰리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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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주택소유제한 특별조치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성인 1인당 집 한 채만 갖도록 법으로 제한하자는 것이다. 집 없는 서민들의 한을 속 시원히 풀어줄 수 있는 화끈한 부동산 대책으로 보일 법하다. 그러나 홍 의원의 제안은 경제논리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헌법에도 위배된다. 법안으로 발의해도 통과될 가능성이 거의 없고, 설사 법제화해도 경제시스템을 몽땅 허물지 않고는 시행될 수 없다. 아무리 부동산 문제가 심각해도 헌법이 보장한 사유재산권을 부정하고, 우리 사회의 근간인 자유시장경제의 틀을 뒤흔들 수는 없다. 그의 주장은 '빈대를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자'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의 궤변임이 그대로 드러난다.

우리나라는 들어가 살 집은 충분하지만 내 집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 여전히 많은 게 사실이다. 집을 살 능력이 없거나 집을 소유하기보다 임차해 생활하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자 이제 홍 의원의 주장대로 다주택 소유를 금지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다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내놓으면 일시적으로 집값이 떨어지고, 일부 무주택자들의 집 살 기회가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저소득 무주택자는 여전히 무주택자로 남을 것이다. 시장기능이 정지한 주택시장에는 새로운 주택의 공급이 끊기고, 낡은 주택은 방치된 채 슬럼화할 것이다. 만일 내놓은 집이 팔리지 않으면 어쩔 것인가. 정부가 강제로 몰수해서 무주택자에게 나눠주면 된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국가소유의 사회주의를 하자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홍 의원은 진정 그런 사회로 가자는 것인가. 사회주의 체제의 실패는 이미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실현될 수도 없고 실현되어서도 안 되는 홍 의원의 제안은 서민들의 감정에 불을 질러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높여보자는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의 극치일 뿐이다. 그는 이미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국적법과 재외동포법 개정안으로 재미를 봤다. 더 이상 얄팍한 정치적 계산으로 서민들을 두 번 울리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