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증시 … 내친 김에 최고기록 깰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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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14일 종합주가지수가 10년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치(1138.75)마저 갈아치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주가는 전날보다 11.77포인트(1.12%) 오른 1061.93으로 마감했다. 1994년 12월 7일 기록한 1068.93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코스닥 지수도 연중 최고인 524.37을 기록했다. 지수가 급등하면서 올 하반기 대세 상승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곧 94년 11월의 사상최고치는 물론, 1200선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14일 종합주가지수가 1061.93을 기록해 10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직원들이 시황을 살피고 있다. 강정현 기자

증시 전문가들은 5년 전 주가 1000선을 돌파할때는 삼성전자만 독주했지만 이번엔 대형주와 중소형주 가릴 것 없이 골고루 오르는 등 시장의 체력이 탄탄해 주가 상승세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급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6월 중순 지수 1000 재진입을 전후로 주식형 펀드 등을 통한 자금 유입이 주춤해진데다, 국제 유가 불안도 여전해 언제라도 조정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 10년 만의 초활황=올들어 10% 안팎 오르내리는 등 굴곡이 있었지만,우리 증시는 아시아에서 주가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올들어 지난 12일까지 한국의 주가 상승률이 16.4%를 기록,인도네시아(12.9%).인도(10.6%).싱가포르(8.3%)를 제치고 수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적립식 펀드 등을 통해 매달 5000억원 안팎의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는 등 유동성이 풍부해진 게 안정적인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한국 증시의 고질병으로 불리던 '널뛰기 장세'도 진정됐다. 여기에 상반기 국내 증시를 짓누르던 ▶원-달러 환율 강세▶미국 경제의 불확실성▶북한 핵개발을 둘러싼 긴장 등 악재들이 차례로 걷힌 것도 증시에 힘을 실어줬다. 연내 한두차례 조정이 불가피하겠지만, 이런 상승세는 최소한 2분기 기업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이달 말까지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세계 경기 흐름도 나쁘지 않아 당분간 지수가 꾸준히 오를것 "이라고 내다봤다.

◆ 외국인 본격 '사자' 나섰나=최근 장세는 외국인들이 떠받치고 있다.올 봄 대거 주식을 팔아치운뒤 지난달까지 관망세였던 외국인들은 최근 11일간 연속 순매수에 나섰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5700억원 이상 순매수 한 것을 비롯해 정보기술(IT)종목과 은행주 등 내수 우량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팔자에 나선 개인과 기관투자가의 물량공세를 거뜬히 받아주고 있다. 외국인들은 14일에도 17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대한투자신탁운용의 정윤식 주식투자전략팀장은 "전세계 여유 자금이 사상 최대인 110조달러로 추산될정도로 늘어난데다 세계적인 저금리에 따라 글로벌 증시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세계증시의 동반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인의 '사자' 행진이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위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외국인들의 투자 성향은 '관망세' 성격이 강하다"며 "외국인들이 이미 국내 주식의 40%를 넘게 사들였다는 점도 추가 매수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재용.이승녕 기자<pjygl@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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