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소산과 대학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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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8일로써 취임 한 달째가 되는 김성배 서울특별시장이 서울의 인구억제 문제를 비롯해서 시정 전반에 관한 그의 포부를 밝혔다.
김 시장은 서울의 인구를 9백만명 선이 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내 대학·전문대학의 정원을 82학년도 수준에서 동결하고 4∼5개 대규모 대학의 지방이전을 제시했다.
서울시가 앞으로 치러야 할 과제가 벅차다는 것은 시민 누구나 안다. 86년에는 아시안게임을 치러야 하고 다시 2년 후엔 세계적인 행사인 올림픽이 기다리고 있다.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서울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국제 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김 시장에 맡겨진 과제는 그러기에 중차대한 것이며, 시민들의 주시와 기대 또한 크지 않을 수 없다.
김 시장이 시정의 목표를「선진수도의 완성」으로 잡은 것은 따라서 너무나 당연하다.
김 시장은 내무관료로서 뼈가 굵은 사람이다. 특히 서울시에서는 내무국장, 기획관리관에서 제2, 제1부시장 등 요직을 모조리 역임한 시정의 베테랑이다.
우리가 그의 의욕을 각별하게 평가하는 이유도 그런데 있다.
그 동안 수도권 인구의 폭발적 증가를 막기 위한 갖가지 묘책이 강구되었지만 실효를 거두지는 못했다.
작년에 ILO가 발표한「아시아에서의 국내인구 이동과 정책」이라는 연구보고도 도시인구 집중현상의 심각성을 경고한바 있다.
아시아 각국이 도시인구 집중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을 경우 이들 도시인구는 20세기말에 75년의 2·5배에 이르는 14억1천2백만 명으로 늘어나 각국의 경제·사회에 위기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따라서 정부는 대도시 인구를 억제하기 위한 장기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을 시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 국토를 적절히 조화롭게 발전시키는 공업화라든가 농업진흥과 농민생활 향상을 중심으로 하는 국내종합개발 전략을 새울 필요도 있다.
우리의 경우 과거 연10%에 이르렀던 서울의 인구증가율은 정부의 공업지구 분산시책에 주로 힘입어 그 반 정도로 증가율을 둔화시키는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최근의 통계로는 서울만이 아니라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수도권 인구가 맹렬한 기세로 증가일로에 있다.
이것은 심각한 현상이다. 수도 서울의 인구억제도 중요하지만 수도권 전체의 인구억제에도 적절한 대응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
김 시장의 말대로 인구의 서울유입을 부채질하는 최대 원인은 교육시설과 의료시설의 서울 집중에 있다. 때문에 서울의 대규모 대학 몇 개를 지방 중소도시에 이전한다면 수도권 인구집중을 둔화시킬 수는 있을 것이며 국토의 고른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이 방안이 과연 실천에 옮겨질 수 있을까 의문이다. 더우기 과거 서울시내 대학의 정원을 동결하면서 내건 인구분산 정책이 기실 명분에 불과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런 전철은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서울인구의 과도한 집중은 방지해야 하지만 의욕이 앞선 나머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안을 강행한다든지 도식적이며 작위적인 계획이 거론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서울시정 역시 모든 정부기관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바뀌었다해서 정책의 줄거리가 바뀔 수는 없는 것이다.
대학일부의 지방이전 문제는 장기계획으로 검토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현실적으로는 아무래도 탁상공론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행정수도의 건설문제가 결국 백지화된 일을 생각하면 거대대학 4∼5개의 이전은 기술적으로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로 볼 수밖에 없다.
서울에의 인구집중을 막는 방안은 기존시설의 이전이란 인위적인 방법보다는 지방대학의 적극적인 육성을 포함해서 문화·복지의 공정한 분배 내지 평준화에서 찾는 길이 정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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