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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54)|적당량 측정이 어렵다 (2)|김신근 <서울대 약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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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약 용량이라 함은 의약품의 약효를 기대하기 위해 쓰는 양을 말한다.
이론적으로는 최저 유효 혈중 농도보다 높고, 최저 중독 발현 혈중 농도보다 낮은 혈중 농도를 얻을 수 있는 투여량이라고 말할 수 있으나 개인간의 차이, 약의 특성 등 변화수가 많기 때문에 적절한 약 용량을 결정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약 용량은 더우기 실험관내의 실험 성적만으로 결정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는 항생 물질을 포함한 화학요법제의 약 용량이 실험관에서의 세균의 최저 발육 저지 농도와 반드시 평행 관계를 나타내지 않는 것으로 보아도 알 수 있다.
또한 우리 몸의 약물 처리 능력, 혹은 대사 능력으로 약의 양을 결정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가령 알기 쉬운 예로 알콜 음료의 양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소주 한잔만 마셔도 만취가 되는데 어떤 사람은 한병 이상 마셔도 아무렇지 않은 것 같이 사람에 따라서 약물을 처리하는 능력의 폭이 매우 넓다.
한편 동물을 사용하여 그 약물의 급성 독성 혹은 만성 독성 등의 성적을 그대로 사람에 적용하는 것도 불합리한 일이다.
그러나 오늘날 약 용량은 여러가지 동물 시험, 또 임상 실험을 통하여 얻은 성적을 종합하여 충분한 안전성을 고려한 다음 이를 결정하고 그 약이 치료나 예방 목적으로 쓰이게 된다.
약 용량은 흔히 「상용량」과 「극량」으로 나누어 쓰고 있다. 보통 상용량이라는 것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흔히 쓰는 성인의 양으로 매약을 했을 때 표시되어 있는 양이다.
극량은 그 양을 초과하여 쓰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양을 말하는데, 이러한 양들은 투약자가 환자의 질병 상태, 환자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신체적 조건을 고려하여 결정하게 된다.
예를 들면 당뇨병으로 혈당이 매우 높을 때에는 비교적 많은 양의 혈당 강하제를 쓰지 않으면 안되나 병의 차도가 있어 혈당이 어느 정도 낮아 졌을 때는 이 약의 양물 감량하여 지속적으로 쓰게 된다.
따라서 당뇨병 치료에 혈당 강하제를 복용할 때 정기적으로 혈당을 측정하여 그 결과에 따른 약의 양을 가감하여야 하는데 이런 것은 일반 사람들은 할 수 없기에 반드시 의사·약사의 감독 지시를 받아서 복용하여야 한다.
우리들은 약의 복용량은 환자 개개인의 증상, 또 개개인의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서 적합한 양이 달라짐도 잊어서는 안된다.
약 용량에 있어서 또 주의하여야 할 것은 소아와 노인에 대한 양이다.
소아는 성장과 발달 도상에 있으므로 약의 사용에서는 여러 가지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소아는 성인과 비교하여 여러 장기, 조직의 미숙성, 특히 간장의 약물 대사 효소의 미 발달, 신장 기능의 미숙성 등을 충분히 배려하여야 하고, 또 노인에서는 나이가 더해짐에 따라 일어나는 생리적 변화가 약물에 대한 과잉 반응을 일으키는 일이 있으므로 투약에 있어서 주의하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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