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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런던 연쇄 테러] 테러 용의자 4명은 파키스탄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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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 토니 블레어 총리 관저가 있는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근처에 있는 관청가 화이트홀 거리에서 수상쩍은 물건이 발견된 후 경찰이 13일 거리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런던 AP=연합]

런던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 테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영국 경찰은 용의자 4명의 신원을 모두 확인하고 배후 주모자들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용의자 4명 모두 파키스탄계 이민자 2~3세며 영국 국적 소유자라고 밝혔다. 테러 전문가들은 "서유럽 최초의 자생 자살 폭탄 테러범"이라고 밝혔다. 테러범들의 2차 범행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런던 경찰청은 13일 6명의 사망자 신원을 추가로 공개했다. 지금까지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모두 11명이다. 런던 연쇄 폭탄 테러로 최소한 5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 용의자 4명=모하메드 시디크 칸(30), 세자드 탄위르(22), 하시브 후세인(19) 등 3명은 폭발 현장에서 숨졌다. 경찰이 신원을 공개하지 않은 나머지 한 명의 용의자도 지하철 피카딜리선 킹스크로스역에서 자폭했다. 4명 모두 폭발 현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돼 자살 폭탄 테러임이 확실시되고 있다. 폭발 현장에선 시한 기폭장치가 발견되지 않아 폭탄이 수동 기폭장치에 의해 폭발한 것으로 추정됐다.

4명은 7일 오전 7시40분 폭탄을 넣은 가방을 들고 열차에 올라 런던 킹스크로스역에서 내렸다. 그리고 각자의 테러 목표지로 갔다. 첫 테러 발생 20분 전인 오전 8시30분 용의자 4명이 가방을 멘 채 킹스크로스역에 함께 있는 장면이 폐쇄회로 TV에 잡혔다.

이들은 모두 영국 북부 웨스트 요크셔주 리즈시 출신이다. 리즈시는 인구의 15%가 이슬람교도다. 런던 테러 현장에서 수거한 용의자들의 운전면허증과 신용카드가 신원 확인에 주요 단서가 됐다. 하시브 후세인의 어머니가 아들의 실종 신고를 한 것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2차 테러 비상=경찰은 4명이 외부 세력의 조종을 받아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정부는 파키스탄 정부와 협력, 파키스탄 현지 테러조직과의 연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언 블레어 런던 경찰청장은 13일 "다른 테러범들이 후속 공격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테러의 뿌리를 뽑는 데 수사력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 타임스 온라인은 "테러 조직이 추가공격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테러 제보 신고 전화에는 1000통 이상이 접수됐다.

영국 경찰과 보안 당국은 12일 리즈시 일대에서 대대적인 압수수색 작업을 벌였다. 자살 테러 용의자들의 거주지를 포함해 리즈의 6개 건물을 동시에 급습했다. 이 중 한 곳에서는 경찰이 주민 600명을 대피시킨 뒤 군 폭발 전문가를 동원해 벽을 부수고 건물에 진입했다. 경찰은 한 용의자의 친척 한 명을 체포했다. 리즈 벌리의 폭발물 제조공장에서는 상당량의 폭발물이 발견됐다. 잉글랜드 동남부 루턴역 인근에 주차된 차량 한 대에서도 폭발물이 수거됐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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