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상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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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불경기 시대에도 호황을 누리는 산업이 있다. 무기 거래다. 지난 10년간 세계 무역 거래량이 70% 증가한 데 비해 무기거래는 무려 3백%가 증가했다.
또 작년에 세계 각국이 무기에 쓴 비용은 무려 6천5백억 달러였다. 세계 군사판매 상황을 조사하는 스톡홀롬의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발표다.
무기거래의 주역은 무기를 수출해 돈을 벌고있는 선진국들이다. 이른바「죽음의 상인」.
지난 3년간 세계 무기시장의 점유율은 소련이 36·5%, 미국이 33·6%로 단연 압도적이고 프랑스(9·7%),이탈리아(4·3%),영국(3·6%)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그 「죽음의 상인」대열엔 제3세계 나라들도 참여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나라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다.
10년 전만 해도 무기 수입국이던 브라질은 80년엔 무려 10억 달러 어치를 팔았다. 아르헨티나도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엄청난 석유 수입 대금을 마련하고 아울러 제3세계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증대한다는 목적이 이들의 이유다.
아르헨티나는 주로 LA-58형 푸카라기와 중형 탱크, C-47형 수송기, N-22L형 초계기를 수출했다. 선진국 것보다 40%쫌 싸고 조작도 간편한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고급 무기분야에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속수무책이다. 정밀화한 단자 장비무기는 수입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그 무기들은 미국과 영국, 그리고 프랑스에서 공급해 주었었다.
그러나 영국과의 전쟁에 돌입한 지금엔 모든 나라가 그 무기들을 금수조치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제국과 남아공, 이스라엘 등이 비밀리에 거래하고 있을 뿐이라는 소문이다.
아르헨티나의 바이어들이 혈안이 되어 무기구입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특히 프랑스 제 무기를 구한다는 소문도 있다. 프랑스 제 무기의 위력은 포클랜드에서 벌써 노출됐기 때문이다. 영 군의 구축함 세필드호와 여객수송선 아틀랜틱 컨베이어호를 격침시킨 것이 모두 프랑스 제 쉬페르 에탕다르기에서 발사된 엑조세 미사일이다.구축함 코번트리도 마찬가지로 당했다.
아르헨티나는 이미 계약된 무기의 인도를 프랑스에 독촉하고 있다. 그 중에 쉬페르 에탕다르 전폭기와 수십 기의 미사일이 포함 돼 있는 건 당연하다.
80년에 64억 달러 수출로 세계3위를 지킨 프랑스는 지금 미 영의 눈치를 보는 중이다. 선거공약으로, 내 세웠던 무기거래의 도덕성 유지라는 것도 장애다.
파시스트 독재정권, 교전중인 국가, 타국의 자유를 위협하는 나라엔 무기를 팔지 않겠다던 공약은 그러나「공약」이 될 낌새가 크다.
「죽음의 상인」의 도덕론은 근본적으로 어불성설이고 모순이라는 논리가 더 그럴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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