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교통의 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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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남 거제도부근 해역에서 또 쾌속 여객선끼리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재작년 6월과 작년6월의 엔젤호 충돌사고에 이어 비슷한 시기에, 같은 해역에서 발생한 이 사고 역시 원인은 안개 속을 과속으로 달린데 있었다는 점에서 새삼 해상교통의 안전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해주고 있다.
작년의 사고 때처럼 사망자가 없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기는 하지만 어떻게 엇비슷한 사고가 연례행사처럼 일어날수 있는지 한심하다는 생각부터 앞선다.
각종 교통수단의 발달로 이제 교통사고는 육지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항공기사고의 무서움은 누구나 아는 일이거니와 해상사고에 대해서도 교통행정당국, 해당업자, 그리고 국민들이 합심해서 방지에 힘써야겠다.
지난 10년 동안의 해난사고를 보면 충돌이 전체사고의 33%로 가장 많고 좌초 및 침몰이 각각 14%, 그리고 기관손상과 화재가 역시 각기 6%씩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되어있다.
원인별로 보면 선원의 운항과실이나 자질부족으로 인한 것이 9백18건으로 전체사고의 68%나 되었다.
당국이 집계한 이 같은 숫자만 보아도 해난사고의 문제점이 무엇이며 어떤 대책이 나와야하는지는 자명해진다.
무엇보다 먼저 요구되는 것은 선박들의 자질 향상이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안전수칙을 지키는 일이다.
안전수칙 준수는 비단 승무원 뿐 아니라 승객에게도 요구됨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일단 사고가 난 후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은 승객들이 승무원들의 지시에 따라 안전수칙을 잘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안개 낀 바다를 지나려면 우선 속도부터 5노트 이하로 줄여야한다. 자기 배의 위치를 다른 배에 알리기 위해 경적을 올려야하고, SS무선통신기와 VHF무선통신 전화를 개방해 놓아야 한다.
잇달아 3년째 일어난 거제해역의 쾌속여객선 사고는 이러한 안전수칙을 깡그리 무시한데서 일어났다. 작년 사고를 낸 엔젤호는 시속 25노트로 달렸고 이번의 피닉스호와 에어페리호도 그와 비슷한 속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고가 난 해역은 부산에서 충무·목포·여수를 연결하는 주요수로로 하루평균 5백척 이상의 선박이 이 곳을 통과하고 있다.
해상 교통이 이처럼 날로 복잡해지는데 제 집 마당에서처럼 마구 달렸으니 사고를 자초한것이나 다름없다.
선박이나 선박시설의 노후 또한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이다. 이번 사고의 상세한 원인은 알 수 없으나 안전운항에 필요한 무전기나 무선전화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었는지, 작년 엔젤호처럼 게이다조차 작동 않는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우리의 연안여객선의 3분의 2가량이 선령10년을 넘긴 노후선박이고 레이다 시설을 갖춘 여객선은 전체의 10%를 조금 넘을 뿐이라고 한다.
해난사고의 예방을 위해서는 사고의 위험을 안고있는 노후 선박의 대체를 서둘러야겠고 선실의 현대화 등에 행정적인 지원도 있어야할 것이다.
선박량, 적취율의 증강과 향상 못지 않게 중요한 정책적 과제는 해상교통의 안전확보다. 3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근거리를 왕래하는 연안여객선의 안전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은 부끄러운 일이다.
해난사고는 한번 일어났다 하면 인명과 재산의 피해가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같은 해상에서 거의 연례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쾌속정 충돌사고를 중지하는 것은 대형사고를 미리 예방하자는 뜻에서이다.
해난사고의 예방을 위한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이 이 기회에 강구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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