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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쌉쌀, 3%대 금리 위안화 예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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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국내 은행이 위안화 예금 열풍에 올라탔다. 중국계 은행이 증권사나 보험사 같은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유치하고 있는 연 3%대 금리 예금이 돌풍을 일으키면서다.

 우리은행은 6일 ‘글로벌 위안화 예금 패키지’를 출시했다. 특별 우대금리 0.2%포인트를 포함해 연 3.07% 금리를 준다. 연 3% 이상 이자를 주는 원화 정기예금의 씨가 마른 상황을 틈타 ‘환 관리’에서 ‘이자 수익’으로 위안화 예금의 초점을 바꿨다. 다른 은행도 위안화 전용 신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연 3.1% 금리의 ‘하이차이나 위안화 정기예금’을 오는 12일 내놓는다. 하나은행도 이르면 이달 중순 연 3% 이상의 위안화 특판예금을 출시할 예정이다. 최현호 외환은행 외환업무부 차장은 “(중국) 역내와 역외 금리 차이가 있어 중국계 은행의 3%대 후반 금리는 아직 어렵지만 위안화 예금 수요에 맞춰 연 3%대 금리를 출시했다”며 “개인 가입자라고 해도 무역결제처럼 용도가 한정되거나 금액 한도가 있는 건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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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위안화 열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위안화 예금에 대해선 환 손실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재필 하나은행 강남PB팀장은 “국내 저금리 기조에 맞춰 투자 국가의 다변화뿐 아니라 투자 통화의 다변화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한다는 점에서 위안화 금융상품 투자는 적절하겠지만 환차익을 노려 몽땅 투자하는 건 금물이다. 금융자산 중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만 위안화 상품에 투자하는 게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최성일 금감원 은행감독국장은 “경제적 기반을 중국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일반인에게 환 투자는 주식 투자보다 더 위험하다”고 경고부터 했다. “만약 12개월 만기 예금을 든다고 하면 1년 후 위안화 가치가 더 오를 수도 있지만 역으로 내릴 수도 있다 . 연 3% 금리라고는 하지만 원화 대비 위안화 가치가 3% 이상 떨어지면 손실은 본인 몫”이라고 설명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뉴시밍(牛錫明) 중국 교통은행 회장이 6일 서울 을지로 교통은행 서울지점에서 열린 위안화 청산은행 현판식에 참석했다. [뉴시스]

 한편 올해 내내 출렁이는 달러·엔 값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금융계가 탈출구로 중국 위안화를 선택했다. 이날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서울 을지로에 있는 중국 교통은행 서울지점을 찾았다. 중앙은행 총재가 외국계 은행 지점을 방문하는 건 드문 일이다. 특별한 행사가 있어서였다. 이날 교통은행 서울지점에 위안화 청산은행이 문을 열었다. 개소식 현장에서 뉴시밍(牛錫明) 교통은행 회장과 나란히 선 이 총재는 축사를 했다. “위안화 청산은행 출범을 통해 한·중 양국의 금융·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국내에서 위안화 활용도는 실물 부문에 비춰 크게 미흡한 실정”이라며 “앞으로 양국 간 교역에서 위안화 결제를 활성화하고 다양한 위안화 금융상품 개발·투자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안화 청산은행 출범은 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는 의미다. 이승헌 한은 외환시장 팀장은 “은행을 찾아 몇 위안씩 원화로 환전하는 걸 ‘소매’라고 본다면 직거래 시장은 은행이 참여하는 ‘위안화 도매시장’이라고 보면 된다. 국내 금융사는 보통 중국 상하이 같은 국외 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활용해 원화를 달러화로, 달러화를 다시 위안화로 바꿔야 했지만 앞으론 원-위안화 직접 거래가 가능해 비용과 노력, 위험 부담을 덜 수 있을 전망”이라고 했다.

 물론 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두고는 얼마나 활성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 직거래할 수 있는 외화는 미국 달러화 단 하나였다. 1990년대 말 일본 엔화 직거래 시장을 열었지만 참여하는 기관이 거의 없어 넉 달도 못 채우고 문을 닫은 전례가 있다. 박준서 한은 국제금융선진화팀장은 “엔화 직거래 시장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엔 시장 참여 의무를 갖는 12개 은행을 선정했다. 이들 은행이 거래를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조현숙·박유미 기자

 
◆위안화 청산은행=청산은행의 정확한 명칭은 청산결제은행.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정한다. 한국에 문을 연 위안화 청산은행은 한국은행과 인민은행이 보증하는 국가 간 환전소라고 보면 된다. 유동성 관리 등 다른 역할도 많다. 중국 상하이와 홍콩, 일본, 러시아에 이어 한국 서울에도 문을 열었다. 은행 같은 기관투자가만 이용할 수 있다. 개인이 위안화 직거래에 참여하려면 은행을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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