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 압박하고 양안 통일 틀 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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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베이징(北京)에서 위무밍(郁慕明) 대만 신당(新黨) 주석과 만남으로써 '대만 야당 끌어안기' 전략을 완성했다.

후 주석은 4월 롄잔(連戰) 국민당 주석, 5월 쑹추위(宋楚瑜) 친민당 주석에 이어 이날 신당 대표와 회담함으로써 대만의 야당 지도자 3명을 모두 만났다. 대만 야당 끌어안기를 통해 중국 공산당과 대만 야당 그룹 간 연합전선 구축에 성공한 것이다.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집권 민진당을 견제하는 지렛대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후 주석은 이날 "민족단결의 원칙 아래 조국의 평화통일을 추구하자"고 말했다.

◆ 대만에 대한 새 전략 완성=우선 중국 공산당의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마오쩌둥(毛澤東)식 대립 구도나 덩샤오핑(鄧小平)식의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나라 두 체제)론'에 입각한 현상유지, '독립 운운하면 무력 침공한다'는 장쩌민(江澤民) 시대의 위협론에서 탈피했다. 대만 정치권에 공산당의 입김을 직접 전달하는 방식으로 확 바꾼 셈이다. 대만 야당 대표들과의 접촉으로 '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넓힌 뒤 이들과의 유대를 강화함으로써 대만 내정에 깊숙이 개입하겠다는 전략이다. 완전히 새로운 전략이다.

◆ 공산당의 칙사 대접=국민당과 친민당 주석은 국빈 대접을 받았다. 공항엔 붉은 카펫이 깔렸다. 후진타오는 이들을 직접 만나 장시간 얼굴을 맞댔다. 롄잔이 방문한 시안(西安), 쑹추위가 들른 창사(長沙) 등에선 현지 공산당 최고 책임자가 모두 출동했다.

신화(新華) 통신 등 중국 매체는 이들의 '통일 여정'을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각 언론사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이들을 다룬 특집이 넘친다.

특히 의석수가 4석에 불과한 초미니 야당인 신당의 주석까지 후진타오가 환대함으로써 "대만을 끌어들이려는 중국의 노력이 눈물겹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 대만의 실리 확보=대만 여론은 야당 지도자들의 대륙 방문에 우호적이다. 방문 때마다 선물을 한 보따리씩 안고 오기 때문이다. 후 주석은 롄잔에겐 대만 농산물의 중국 무관세 반입을 선사했다.

또 쑹추위에겐 대만 유학생의 대륙 내 교육기관 입학 조건 대폭 완화, 중국 내 대만 주재원들의 거주 조건 완화 등을 선물했다. 또 중국의 대만 침공이란 험악한 분위기가 가신 점도 성과다.

◆ 대만 독립파 압박=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사이의 새 기류는 대만 독립 성향의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대만에서 "공산당과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는 압력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천 총통은 "대륙 방문을 검토할 수도 있다"며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다.

일각에선 "천 총통이 대만 독립이라는 이념적 지향을 포기하면서까지 대륙을 방문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중국이 대만과의 경협 프로젝트라는 당근을 제시하며 대만 내 야당과의 유대를 강화할 경우 중국-대만 정상회담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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