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코리안] 세계 4개 지역 한인 회장 좌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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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해외 동포는 과거의 세대가 아니다. 미래를 달리는 세대다. 해외 동포는 한국의 마지막 자산이다." 김영만 미주 한인회총연합회 회장의 말이다. 그는 재외동포재단(이사장 이광규)이 주최하는 '2005 세계 한인회장 대회(12~14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또 김다현 유럽한인회총연합회 회장은 "한국대사관으로부터 리셉션 초청장을 받았는데 눈물이 나더라"며 애틋한 정을 나타냈다.

본사는 11일 미국.유럽.일본.중국 등 4개 지역 한인 회장을 초청, 한인 동포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좌담회를 열었다. 김재숙 일본대한민국 민단중앙본부 단장, 백금식 중국한국인회 회장이 자리를 같이했다. 사회는 재외동포신문의 이형모 대표가 맡았다.

-지난달 국회에선 '병역의무를 피하기 위해 국적을 포기할 경우 재외동포의 권리를 주지 않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재외동포법 개정안이 부결됐다. 이에 거센 반발 여론이 일어 정치권이 홍역을 치렀다.

▶김영만=미주 한인사회는 재외동포법 개정안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병역을 피하기 위해 국적을 포기하는 사람들 때문에 해외동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일어선 안 된다. 이들에게서 특혜를 박탈하는 것이 해외 동포들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김재숙=일본 동포들은 차별과 편견 속에서도 오랫동안 한국 국적을 유지하려 애써왔다. 단지 병역을 피하기 위해 국적을 포기하는 일부 젊은이의 행동은 매우 유감스럽다.

-재외동포의 참정권 문제도 관심사다. 정부는 해외지사 직원.유학생 등을 대상으로 우선 투표권을 부여하고 영주 목적의 동포에겐 단계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백금식=참정권 부여 문제를 아직도 매듭 짓지 못한 것은 국회가 동포를 홀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회의원들이 해외 동포를 지역구민처럼 생각했으면 이렇게 안일하게 다루겠는가.

▶김재숙=참정권을 주면 모국과의 일체감도 높아지고 또 동포의 정체성 갖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김영만=일부에선 투표권을 주면 동포사회가 분열될 것으로 우려한다. 이는 마치 교통사고를 당할 수도 있으니 운전면허를 주지 말자는 논리다. 참정권은 부여돼야 한다.

-동포 사회의 공통적 고민은 2세 이후의 교육 문제다. 특히 동포 사회에서 한글이 사라져 가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김재숙=심각한 문제다. 일본의 화교들 또한 민족의식이 희박해지고 있다며 걱정이다. 일본 동포 사회는 2001년부터 '어린이 서울 잼버리'를 실시하고 있다. 3~4세대 어린이 300~400명씩이 참가한다. 부모도 말을 잘 못해 함께 참가하기도 한다.

▶김영만=2세들에게 한글과 국사를 가르칠 프로그램이 부족하다. 한글 학교에 대한 지원과 함께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Ⅱ에서 한국어가 제2외국어로 채택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의 도움을 요청한다.

▶김다현=한글학교를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뛰어난 동포 몇 명을 집중 육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백금식=현재 중국 베이징에 있는 한국국제학교가 자체 건물도 없이 중국 학교에 세들어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에는 기업과 동포의 성금을 모아 학교 건립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기금 부족으로 아직은 어려움이 많다. 한국의 위상과는 너무 동떨어진 현실인 만큼 본국 정부의 관심을 부탁한다.

-최근 한.일 관계가 껄끄러운 데 일본 동포 사회는 어떤가.

▶김재숙=올해가 한.일 우정의 해라고 하는 데 실감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한.일 관계 현안에 대해 감정적 대응은 곤란하다는 점이다. 감정으로 풀 문제가 아니다. 일본 내에도 역사 교과서 왜곡 등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도 많다. 끊임없이 일본을 설득해야 한다.

-유럽의 한인 사회는 여러 나라에 분산돼 있다는 특징이 있는데.

▶김다현=약 20만 동포가 유럽 각국에 살고 있다. 이 중 7만3000명가량은 입양아 출신이다. 보다 따뜻한 배려가 필요하다.

-끝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김영만=이중 국적 부여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 동포 사회와 모국이 긴밀하게 협조하기 위한 해외동포청 설립도 필요하다고 본다.

▶김재숙=모국이 잘 돼야 동포 사회도 힘을 받는다. 한국이 계속 발전하기를 바란다.

글=조민근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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