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맨U로 키우겠다" 프로축구 전기 우승 정몽규 부산 구단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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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리그 우승을 차지한 직후 정몽규 회장(左)과 포터필드 감독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부산=정영재 기자

지난 10일 프로축구 K-리그 전기리그 우승을 차지한 부산 아이파크 선수들이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트랙을 돌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던 순간, 이안 포터필드 감독은 벤치 앞에서 한 남자와 뜨겁게 포옹을 했다. 그는 부산 아이파크의 구단주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었다. 정 회장은 2003년 포터필드 감독을 직접 뽑아왔고, 성적 부진을 이유로 온갖 비난에 시달리던 그를 끝까지 신뢰했다. 부산은 지난해 FA(축구협회)컵 우승에 이어 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올랐고,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던 전기리그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정 회장은 "부산을 한국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팀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나지막하지만 힘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전기리그 우승 소감은.

"팀이 차근차근 발전해 가는 과정에서 단기적인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올해 목표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클럽선수권에 출전해 딱 1승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스트라이커 등 전력 보강이 필요할 것 같은데.

"여름 휴식기간에 이준하 사장과 포터필드 감독이 전력 강화를 위해 움직일 것이다. 데려오고 싶은 선수야 많지만 예산 범위 안에서 해야 한다."(부산은 해외파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여러 선수를 접촉했고, 지금도 접촉 중이다. 부산이 가장 데려오고 싶었던 선수는 '팀 플레이를 할 줄 아는' 설기현(잉글랜드 울버햄튼)이었다.)

-포터필드 감독을 직접 영입했다던데.

"2000년 창단(대우 로얄즈 인수) 이후 여러 감독이 거쳐 갔는데 그때마다 잘못 생각했던 것은 그해, 다음해 성적에 연연한 것이다.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좀 긴 호흡으로 갈 생각을 하고 잉글랜드.네덜란드 감독들을 수소문했다. 포터필드는 중동.아프리카.중남미 등 여러 곳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기 때문에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부산을 어떤 팀으로 만들고 싶은가.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특별한 스타가 아니라 조직력으로 움직이는 팀, 꾸준히 성적을 내는 팀을 만들고 싶다."

-팀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K-리그 구단 중 우리보다 최소한 5~10배 이상 큰 회사가 운영하는 팀이 많다. 우리는 1년에 70억~80억원 정도를 지원해 알뜰하게 운영하는데 '왕소금'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최근 3~4년 사이에 선수 연봉 등 운영비가 너무 많이 올랐다. 수입은 전혀 늘지 않았는데 거품이 심하다. 그런데도 아직 공짜 표가 있고, 조금 인기있는 경기를 앞두고는 '표 없느냐'는 전화가 많이 온다. 정말 축구가 좋아서 할아버지가 손자 손잡고 오는 분위기가 돼야 프로리그가 산다."

-현대산업개발이 2만 명 규모의 전용구장을 지을 거라는 얘기도 있다.

"전용구장은 한 회사가 짓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든다. 2만 명 정도 꾸준히 관중이 들어오면 부산시와 협조해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은 구덕운동장을 리모델링해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서울로 연고를 옮기겠다고 선언했었는데.

"서울은 모든 산업과 스포츠의 가장 큰 시장이라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었다. 또 전에는 축구단 운영에 부산시의 협조가 적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시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기 때문에 옮길 생각은 없다."

정 회장의 축구에 대한 애정과 식견은 남다르다. 요즘도 틈나면 위성TV로 유럽 프로경기를 본다. 포터필드 감독과도 수시로 선수 컨디션과 구단 운영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고 한다.

부산=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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