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독가스에 가장 강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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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생체실험 등 일본인의 잔학성을 생생하게 파헤친 충격 다큐멘터리 『악마의 포식』은 일본에서 27판 98만부를 찍어내고도 계속 베스트셀러 5위권 이내에 들고있다.
저자「모리무라·세이이찌」씨는 이 책으로 인해 단순한 작가의 범위를 넘어 「전쟁고발자」 「일본의 양식」으로서 국내외의 주목을 끌고 있다.
그는 일본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일본국민의 한사람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하고 이 같은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악마의 포식』을 쓰게된 동기는?
▲전쟁에 관한 기록은 감추어져 있는 부분이 많다. 특히 태평양전쟁은 침략전쟁이었으므로 한국·중국·동남아 등에서 저지른 일본의 잘못을 감춘 부분이 많다.
침략자로서 일본의 기록을 써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동기였다.
-사실을 추적해 나가면서 느낀 소감은?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이 같은 범죄가 군인이 아니라 의사·과학자·연구조수 등 「멀리터리 시빌리언」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점이었다. 또 전쟁이라는 광기에 휘말리면 인간이 얼마나 잔혹해 질 수 있는가를 발견했다는 점이다.
-「이시이」 부대에 의한 한국인 희생자는 몇 명이나 되는가.
▲정확한 숫자는 알지 못한다. 전체 희생자 3천여 명중 대략 1천여 명이 한국인이었던 것으로 본다. 그들은 대부분 항일운동 자였고 한반도에서 끌려온 정신대원도 있었다.
-『악마의 포식』에 쓰지 못한 것이 있는가.
▲있다. 한국인에 관한 것으로는 어느 인종이 독가스에 가장 강한가 하는 실험을 했는데 한국인이 가장 강했고 그 다음이 폴란드 인이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또「이시이」부대원으로부터 부대가 철수할 때 평북강계를 흐르는 강물에 독물을 버렸는데 그 뒤 어떻게 됐느냐는 편지가 있었다.
-앞으로 계획은?
▲지금도「이시이」부대의 범죄를 추적하고 있으며, 2부와 3부를 출판할 계획이다. 2부는 오는 7월 25일께 출판될 예정인데 종전후의 「이시이」부대, 즉 미군에 자료를 넘겨주는 과정 등을 다루게 된다.
-한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한국은 일본과 가장 가까운 나라로 일본문화에 대해 큰 역할을 했다. 그 한국민에 대해 저지른 일은 내가 한일은 아니라도 일본국민의 한사람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동경=신성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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